[가계부 수기 공모 당선 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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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신혼 때는 너무 어렸고, 어느 정도 살림과 세상을 알게 된 뒤엔 시아버님의 사업실패로 생긴 많은 빚을 갚아나가느라 살림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급한 빚부터 갚고 남은 돈으로 쓰는 무질서한 생활을 반복하다 보니 스트레스만 가득할 뿐이었다.

그러다 재작년 12월 한 금융 관련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어느 주부의 가계부 사용 수기를 접하게 됐다. 나처럼 빚으로 힘겨운 삶을 살다가 전자가계부를 만나고 난 후부터 새로운 세상을 발견하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유료 서비스이기 때문에 적잖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결국 더 큰 것을 얻겠다는 결심으로 전자가계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모든 통장의 계좌와 신용카드, 대출카드, 할부금융, 보험에서 홈쇼핑 내역까지 전자가계부에 등록하고 보니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 많은 통장과 카드가 있었는지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막연히 짐작은 했었지만 지출 내역과 이자, 수수료, 카드론 이용액의 흐름을 한눈에 보는 것은 처음이었던 것이다.

전자가계부는 통장의 입출금 내역, 신용카드 지출과 결제 예상대금, 홈쇼핑의 잔여 포인트 등을 매일 자동으로 갱신해 주는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종이가계부를 사용하면 30분 정도 걸릴 일이 1분이면 해결된다. 특히 불필요한 지출과 충동구매 항목을 매달 확인할 수 있어서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우리 집은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서 의료비가 많이 지출되고 식생활비가 과다한 것을 알게 됐다. 의료비는 어쩔 수 없다지만 식생활비는 조금만 신경쓰면 줄일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남편의 야식비가 너무 많이 지출된 사실을 알고 올해부터 야식을 삼가는 계획을 세웠더니 한달에 5만원 정도를 절약할 수 있었다.

이 돈을 어디에 쓸까 고민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장기주택마련저축이라는 인기상품을 알게 돼, 어려운 형편이지만 선뜻 가입했다. 저축을 하고 보니 꿈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게 느껴졌다.

남들은 주식이니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한다지만 가진 것 별로 없는 나같은 서민은 전자가계부를 쓰는 것이 유일한 재테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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