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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두 개의 화제작|90%가 「한 공장 제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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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전 공예실에 진열된 작품 중 특히 가구와 목기는 어딘지 한사람의 솜씨 같은 느낌이 난다. 형태는 달라도 「티크」에 흑단을 쓴 것이라든지, 무광택의 목질이라든지, 피부색이 같다고 심사위원들은 말한다. 관람객들 역시 똑같은 얘기.
그도 그럴 것이 그들 작품은 출품자가 직접 만든 게 아니다. 국전작품 제작공장에서 한목납품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내엔 모래내·홍릉·보문동 등지에 그 전담공장이 있다. 그중 이름난 곳이 문화촌의 환형가구공예사 (홍은2동234)-.
『금년 국전에 56점이니까 9할은 되죠. 그중 3점이 낙선된 줄 압니다.」 사장 오양환씨(42)의 말이다. 공예부에서 문공부장관상을 탄 곽의 계정 「탁장」은 물론 특선작인 이현수의 「목기」 이은숙의 「과자기」등 모두 이 공장제품임은 말할나위도 없다.
국전만이 아니라 금년 봄 민속공예전에 20여 점을 보내 장관상을 탄 것도 있고 상공미전에 45점, 그밖에 신인전이며 교내전 등 1년에 3백 점이 실히 될 것이라고 한다.
직공이 22명이나 되는데도 연중일손이 모자라 일반상품은 주문사절.
『제집에서 만든 게 상타면 기쁘기 마련이죠. 출품자들이 해온 작도와 목조의 기분이 같도록 노력하는데 가끔 엉망진창의 작도가 있어 잘 잡아 보내기도 하죠.』 미술학도들의 도안이란 대개 기본 치수정도. 나무의 선택, 세부의 공정 등 오씨가 알아서 처리한다. 하지만그는 직접 국전에 출품치 않겠느냐고 하니까 『1백만 원 타자고 장사에 지장을 줄 수는 없다』면서 상타고 못타는 것은 목수의 일솜씨가 결정한다고 사업의 비결을 넌지시 귀띔한다.
이렇게 제작되는 국전의 목공품에 대해 공예분과심사위원장 백태호교수는 『정말이냐』고반문한다. 학교에선 공예 「디자인」을 가르치는데 불과하지만 전적으로 남에게 의존된 작품은 곤란하다. 그럴 바엔 공예「디자인」전이 낫겠다는 백교수의 견해이다. 하지만 목공품만이 아니라 공예부의 태반은 갈은 성격을 띠고 있다. 출품자의 7할이 여성이고 또 부유한 층의 학생들. 그래서 공예부는 『돈으로 산 입선·대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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