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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두 개의 화제|재료값 50만원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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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입선작 및 추천·초대작가 등 6백여 명이 참가한 미술계 최대의 잔치 「국전」은 심심찮은 화제의 전당 매일 1만여 명이 들끓는 전시장에서 가장 화려하고 관람객의 관심을 모으는곳은 공예실. 여기 국전의 허점을 드러내는 공예부의 화재 두 토막을 엮어본다.
금년 국전 출품작 가운데 재료비를 가장 많이 들이고 또 수공이 많이 가기로 대표적인 것은 공예의 『보물섬』으로 재료비만 근50만원. 국전사상 전례 없는 기록일 것이고 또 제작기간만도 자작으로 만 2년이 소요됐다. 그런데 아깝게도 심사위원들의 눈에 들지 못해 햇빛볼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이 낙선작의 주인공은 수원영화동에서 칠기공장을 경영하는 백인환씨 (33세). 통영나전칠기양성소 제1회 졸업생으로 이 분야의 인간문화재 김봉용옹의 문하생이다. 15세 때부터 십 수년간 자개 일로 익힌 솜씨와 보람을 이 한 작품에 쏟아본 것인데결과는 실망의 상처가 너무도 큰 모양이다.
『흘린 땀이 아까워 애착이 가는구먼요. 학벌도 없이 감히 부질없는 것을 했죠.』『보물섬』은 보석함과 바위섬과 받침대로 구성된 3부작. 세 부분을 하나로 조립한 높이1m20의실내장식용 보석함이다. 목기에 자개를 박고 돌로 띠를 들러 장식한 속에 금부처까지 비장시켰다. 순금10냥에 35만원. 거기에 나무값·「멕시코」 자개값·칠값·제주도 돌 값…인건비까지 합하면 원가를 계산할 수 없다고.
이 작품의 핵심은 윗부분의 보석함. 역시 수공도 여기 집중돼 있다. 직경40cm에 높이45cm의 숫괴목통을 파서 대합모양의 뚜껑을 덮었다. 거기서 어려웠던 작업은 그 내부의 6면에 자개를 붙이는 일.
완자백문에 용·호·학·귀·봉·록을 수놓는 일이 하도 까다로워 생전 처음 혼났다고 머리를 흔든다.
뚜껑에는 바다의 수호신으로 뱀 무늬를 자개 박고, 자물쇠는 3중 열쇠를 고안해 자작했는데 잠그면 손잡이의 고리까지 들어가 버려 조개껍질처럼 닫히고 만다.
이런 고심작이 『현대적 감각이 모자라서』라는 한마디 심사평으로 재고의 여지도 없게됐다. 입선 발표 이튿날 아침 백씨는 열 몇째인가의 차례로 반출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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