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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의 싸움 갈길이 어디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공중에 뜬 국회의 「실재」>
국민투표의 결과는 개헌안을 확정지었고 박대통령에 대한 신임도 확실히 굳혔다고 하지만 국회는 허공에 떠있고 국민들은 어딘가 김이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이 무슨 청치랴, 정치가 있다는 것이냐, 없다는 것이냐, 알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은 쉴사이 없이 흘러가고 역사는 어떤 길로 가든 나타나고 있는 사실 그대로 엮어져 나갈 것이다. 문제는 누가 무어라고 외쳐도 이게 무슨 바람이냐고, 민심이란 것이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면 이야말로 큰 걱정일 것이다.
여 야 정당의 원내 총무회담이란 것이 연일 아무런 성과없이 으르렁대는 일은 이게 국회를 살리자는 일도 아니고 정치에 이름을 걸고 정당의 명분을 찾자는 외곬에 빠졌다고 할 것이다. 여당의 공화당은 절대다수의 세력으로써 소수의 반항을 제압하기 위해서 거의 수단방법을 가릴 여가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야당은 이게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정부권력과 이를 배경으로 하는 다수의 횡포를 꺾을대로 꺾어야 한다는 것만이 야당으로서 사느냐 죽느냐의 길이 되어있다.
이렇게 되면 정당싸움은 거의 갈데로 다 간것 같은 느낌이다. 임진왜란에 정부가 압록강변 나라땅 한끝까지 피난가서 여전히 당쟁을 일삼는 사람들의 꼴을 보고 슬피 개탄했던 선조의 읊은 시귀는 너무도 유명하다. 6·25때에는 부산의 바닷가까지 밀려가서도 당파싸움에 골몰했다. 오늘 서울서 20마일밖에 북괴가 당장에라도 쳐들어올것같이 소문이 요란하면서도 우리 국회는 해가지고 밤이새도 국사를 다툴 여지가 없다. 국민의 이름으로 모이는 국회는 이제 까마득이 공중에 뜬 허풍선 같기만 하다.

<야당존재 국사에 불가결>
국회가 있다는 이상 야당이 없을수 없다. 여당이 다수를 자랑할 수 있는 집권당이라고 행세를 하자고해도 야당이란 것이 있음으로 해서 행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한다고 할때도 야당의 반대와 비판을 적절히 지혜롭게 받아들여 조화 협력을 얻을 수 있는데서 여당은 국민앞에 명목이 뚜렷해 질 것이다.
원래가 여당의 책임은 야당에 대하여 월등 크고 높은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여당이 크고, 단순한 힘의 강자로서가 아니고 지혜와 절조와 관용의 덕을 갖춘 어른다운 장자로서 어디까지나 그 품격을 지켜 나가는데 그 정치적 책임과 역량의 크고 높은 것이 있는 것이다.
야당은 비록 작은 수효라고 하지만 국민의 여망의 상징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 여당 보다 월등한 지위에 설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여당과 여당국회의원들이 자칫하면 권력을 등지고 당리당략에, 심하면 사리사욕에 움직이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 쉽고 또 그들의 국사토론이란 것이 구차스러운 변명 같은 것이 되기 쉬운 반면에 야당은 언제나 여당과 정부의 시책을 감시·비판하며 그 잘못을 고쳐 나갈것을 주창하여야 하는 처지에 있는 만큼, 그들의 국사토론이 국민앞에 여당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란 것이 오늘과 같이 아주 권력다툼에 빠지고 만다면 그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옹졸해 질뿐 더러 권력으로써 금력을 낚고 금력으로써 권력을 뽐내야하는 부패의 깊은 수렁으로 빠져 들어가고 마는 것이다.

<여당이 책임 더 무거워>
이제 정당과 정당인이란 사람들은 국민앞에 진심으로 반성하고 참회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모든 과거를 뒤엎어 버리고 새로 출발하여야 하겠다는 큰 깨달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도 야당에 보다도 여당의 책임이 더 크고 무겁다는 것을 생각지 않아선 아니될 것이다. 근래의 선거만 하더라도 부정과 타락의 역사를 남긴 것은 누구였더냐, 국민투표법만 하더라도 야당이 힘을 못쓰도록 만들고, 여당들만이 모여 「통과」시키고, 여당위력만을 펴기로 했던 것이라든지 대개가 여당은 강력자로서 국가권력을 독차지하려고 해온 것이 아니었던가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러면 그러한 야당압박의 방략은 결국에 가서는 국민의 정치적 자유를 광범히 억압하는 것이 될것을 두렵게 여기지 않아서는 아니될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마찬가지로 국민의 여당이요 국민의 야당이라는 명백한 사실, 떳떳한 국민의 신념을 어떤 힘으로써도 짓밟아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야당을 가리켜 반대를 위한 반대나 일삼는다고 하여 마치 역적이나 원수같이 몰아세운다면 그들은 여당과 정부에 대하여 원수나 역적같은 것이 아니될수도 없을는지 모른다. 만일 국민들이 정당보기를 버린 자식같이 여기게 된다면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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