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기 노리는 험프리|「상용」내한 뒤에 숨은 「정치」미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국의 민주당 『당수』 「휴버트·험프리」전 부통령이 4일 예정으로 28일 내한했다. 「엔사이클로피디어·브리태니거」사의 이사로서 업무시찰 명목도 있지만, 정계에의 「컴백」에 대비하여 세계 정세의 현지 파악행각의 일환이기도 하다.
험프리 전 부통령은 금년 들어 이미 소련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이번에도 일본을 거쳐왔다. 그가 작년11월에 일반득표에 관한 한 유효표 7천2백24만여표 중에서 불과 31만표차로 닉슨 대통령에게 패했을 때 아무도 그의 정치생활이 끝장났다고 말하려 들지 않았다. 민주당과 출신 주내의 사정 변동이 그의 정계 「컴백」전망을 더욱 굳혀 놓았다.
지난 7월 「메사추세츠」주 「차파키디크」에서 익사한 「코페크니」양이 「케네디」형제의 마지막 생존자 「E·케네디」상원의원으로부터 정치생명을 앗아가고 민주당 후보지명대회에서 「험프리」에 맞섰던 「유진·매카디」상원의원이 내년에 「미네소타」주에서 재선출마를 하지 않게 된 두 가지 사정 변동으로 「험프리」씨는 원내 활동을 기반으로 하면서 72년도의 대통령선거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닉슨」과 같이 원외에서 내년의 중간선거(하원의원 전부·상원의원 3분의l·주지사 및 주의회·시장 등)에서 민주당의 영수로서 동당 후보들의 지원선거운동에 적극 참여, 72년의 지보를 다질 것인가 하는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 험프리씨 자신은 우선 당선이 확실시되는 상원의원 출마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듯 하나 최종 결정은 내년 11월까지의 당내외 사정과 국내외 정세의 추이에 달리게 될 것이다.
험프리 전 부통령이 비록 패하긴 했지만, 끝장이 안보이는 월남전과 「존슨」대통령 정책과의 밀착, 뒤늦은 출발과 자금부족, 전당대회시의 유행데모와 민주당의 분열, 체코사태, 월남정부의 협상 거부, 인플레, 법과 질서 애수에 귀를 기울인 백인임금노동자들의 「반란」 등에도 불구하고 전당대회 직후 13%나 앞선 「닉슨」을 맹추적, 48년의 「트루만」역전승을 재연하는 문턱에까지 이른 것은 험프리·머스키 티키트를 쉬 망각 속으로 몰아넣지 않을 실적을 남겨 놓았다. 험프리 패배의 최대 요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기축 지지세력인 이른바 「미들·아메리카」-즉 백인임금노동 인종 폭동, 캠퍼스 난동, 범죄의 창궐 등에 환멸을 느껴 당을 저버린데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들의 반란이 공화당에의 전향을 의미하지 않기 때문에 민주당의 72년 전략은 이들의 욕구불만을 해소시켜 주는데 집약될 공산이다.
이미 하원에서 통과된 대통령직선제개헌이 실현되면 이들의 향배가 당락을 가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여 비서 익사사건 후 「E·케네디」의 탈락으로 민주당 후보 「리스트」에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험프리씨는 「미들·아메리카」를 눈여겨보며 월남전 문제 등에서도 조심스러운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의 단결에 필요한 진보파에의 추파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한 의사표시로서 반전데모를 찬성하면서도 닉슨의 점진적 월남 퇴출 정책을 지지하고 민주질서를 파괴하는 과격한 반전난동을 삼가도록 촉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 안의 「미들·아메리카」와 진보파에 안목을 둔 포석이 아닌가 싶다. 우연은 어렵지만 정치 성숙기에 이른 야인 험프리의 정계 복귀가 어떤 형식으로든 있을 것은 예상키 어렵지 않으며 그 자신도 72년 출마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지운 논설위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