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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금년도「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 「새뮤얼·베케트」씨는 끝내 얼굴을 내밀지않고 있다.외신은 측근의 말을인용, 계속 「매스컴」의 각광을 피할것이라고 전한다. 「베케트」씨부인은 부군이 수상소식에 실망하는 빛을 감추지 못했다고 말한다. 성격나름이겠지만 퍽 「아리러니컬」한얘기다. 희곡작가 이면서 자신에겐 대중의 눈길이 쏠리는 것을 꺼린다니말이다.
올해의 수상자후보로는 15명이 물망에 올랐었다. 「프랑스」의 신문들은 「앙드레·말로」쪽을 예상하지않았는지 모르겠다.
57년에 「알베르·카뮈」는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을듣고 『나보다 「말로」에게 주는것이도리일텐데…』했다는 말은 유명하다.
정말 「프랑스」의 작가를 선정하면서 「말로」가 자꾸 뒤로밀려가는 까닭은 궁금하다.
이른바 정치색이 짙은 작가는 작품과는 피하려는 것인지 그렇다면 반전련 운동의 기수인 미국의 「노먼·메일러」도 그이름조차 떠오르지않았어야 옳을텐데.
그러나 「베케트」가 「노벨」상을 받은것에도 뜻은있다. 그는 전후 이른바 「앙티·테아트르」(반연극)운동의 대명사와도 같은작가이다. 「휴머니즘」제일주일를 표방하는 보수주의「노벨」상으론 이번에 부드러운 파격을 한샘이다.
「베케트」의 수상작이자 대표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한농가를 배경으로 무대가전개된다. 두명의 방랑자 「에스트라곤」과 「브라미밀」이 「고도」(Godot)를 기다리며 무엇인가수군거린다. 노예 「라카」가 「망토」와 음식물, 그리고 다른한손엔 의자를 들고등장. 「포조」도 뒤따라나온다. 드디어 목동이나와 『「고도」는 내일옵니다』고 일러준다. 두유랑자는 그대로 기다린다. 「라카」와 「포조」가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이들의모습은 그새 썩변해버린다. 「고도」는 또 내일온다는 소식이들린다. 두유랑자는 계속기다린다. 「고도」는 「가드」(God=신)를 풍자한 것이 분명하다. 얘기는 이처럼 내일내일…로 지루하게, 그러나 단조롭게 계속되는 것이다. 말하자면 인생은 허무하게 구성된 인간들이 허무로 돌아가기전에 쓸모없이 지껄이고나있는 대합실과 같다는….
「반연극」이란 한마디로 연극의 원형질로 돌아가자는 운동이다. 원형질은 화려한 언어도,장식도없는 마치 원시사회에서 자당들이 하는것과같은 연극의 원초적인형태. 그러니까 「부르좌」적 미학을 벗어나려는 대담한 시험이기도하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는다른 하나의 방법인지도 모른다. 「노벨」문학상은 그만큼폭이 넓어졌다고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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