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 난사 현장서 살아남은 남과 여 그날 1년 뒤 결혼 … 악몽을 축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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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서약 후 웃으며 바라보는 커스틴 데이비스(왼쪽)와 유진 한. [AP=뉴시스]

고통스러운 악몽의 날짜가 평생 기억해야 할 결혼기념일이 됐다. 지난해 7월 20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오로라극장 총기 난사 사건에서 살아남은 커플이 정확히 1년 뒤인 지난 20일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비극의 날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바꾸고 싶어서 이렇게 했다고 미 NBC 방송에 밝혔다.

 사연의 주인공은 같은 교회 출신 연인이었던 유진 한(21)과 커스틴 데이비스(22). 1년 전 이들은 함께 영화 ‘배트맨’ 시리즈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러 갔다. 상영 20분이 지났을 즈음 갑작스레 최루탄 연기와 함께 총성이 들렸다. 총기 사고를 직감한 한은 여자 친구 데이비스를 의자에서 끌어내려 몸으로 감쌌다. 한은 엉덩이와 무릎에 총상을 입었다. 데이비스는 찰과상에 그쳤다. 이날 사망자는 12명, 부상자는 70명에 달했다. 한은 수개월 간 치료를 마친 뒤 자신의 곁을 항상 지켜준 데이비스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이들은 일부러 결혼 날짜를 7월 20일로 정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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