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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운 정가...안도,여유와 허탈, 침통의 쌍곡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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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여당 간부들은 18일 상오 청와대에서 조찬간부회의를 열었는데 압도적인 승리와 야당이 만들려는 후유사태가 화제였다고.
박대통령은『서울 중에서도 중심부인 중구에서 찬성표가 많이 나와 흐뭇하다』면서 당간부들의 노고를 치하했다고.
박대통령은 또 『투표운동을 통해 민심의 소재가 무엇인지 알았으니 더욱 긴장해서 일해야 한다』고 민심을 경계.
이날 회의에 참석한 간부들은 앞으로 예견되는 후유사태를 걱정하면서 『승부를 깨끗이 짓는 전통을 아쉬워했다』고.

<상황실서 압승확인>
국민투표의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신관 상황실에 들러 전국에서 들어오는 개표상황을 일일이 「체크」압승을 확인했다.
개표가 시작된 밤 9시께 「잠바」차림으로 상황실에 내려온 박대통령은 약 2시간 반동안 머무르면서 상황판에 시시각각 적히는 개표 상황을 살피고 자정 가까워 본관으로 돌아갔는데 담담한 표정으로 「승리」를 지켜보았으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이날 상황실에는 이후락 비서실장, 박종규 경호실장, 김상복 정무 비서관, 양상욱 대변 등 청와대 막료진이 밤을 세워 개표상황을 점검했으며, 정일권 국무총리, 김학렬 부총리등 각료 전원도 이 날 자정까지 자리를 같이 했다.
이후락 실장은 새벽 1시가 지나서야 비로소 『이만하면 이긴게 틀림없다』고 말하면서 『선거를 여러번 치뤘지만, 이번같이 개표초반에 마음을 놓은 일은 없었다』고.
그는 『57.9 정도로 공화당이 이길 것으로 보고 있다』고 처음으로 개표결과에 대해 그가 점쳤던 예상 득표율을 밝히면서, 『누구는 70%다, 80%다 했지만, 민주국가의 선거에서 55%득표면 압승이지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라고 말하기도.

<더도 말고 63%만>|공화당
전국 각지구당별로 구분된 상황만이 마련된 공화당 상황실에는 상황실장인 오치성 사무총장, 김재형 대변인, 이영근, 문창택 두 사무차장 등이 각도지부와 연결된 직통 전화를 통해 수시로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하기에 바빴고, 윤치영 당 의장서리, 김득진, 중앙상위의장, 김성곤 재정의원장, 길재호 당무의원, 백두진 총재상 의협 등이 상황실을 드나들며 밤을 세웠다.
개표부고가 들어오기 시작한 초저녁엔 이석재 총무처장관과 김원택 무임소 장관이 들러갔으며, 영화배우 신영균씨도 얼굴을 내밀었다.

<최고 득표엔 황소>
○공화당은 국민득표의 투, 개표 상황을 신속히 알아보기 위해 타이프 라이터 두 대 와 계산기 두 대를 준비했고, 사무당원은 2교대로 철야작업을 했다.
오치성 사무총장은 이날 하오 강원도 명주군 구정면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다 아들을 낳은 문군자 여인의 옥동자 분만 보고를 듣고 곧 금일봉을 보내주기도 했다. 오총장은 각시도별로 가장 많은 표로 이긴 곳은 표창하겠다면서 『최우수상에는 황소 한 마리를 주기로 하겠다』고 표창장을 만들기에 바빴다.

<불발탄 성명 마련>
○개표가 시작되기 전 당간부들은 서울의 투표율이 저조한데 대해서는 반대표가 이에 비례해서 적을 것으로 간주하고 있었으나, 찬성표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농촌지역이 예상외로 투표율이 낮은 것을 보고는 씁쓸한 표정을 지어 일희 일비.
김재형 대변인은 신민당의 연타 성명전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서 하룻 동안에 무려 7개의 성명을 냈는데 자정이 지나면 신민당이 국민투표무효선언을 한다는 정보를 듣고 이를 반박하는 성명을 미리 마련했다가 불발탄이 되기도.

<그럴 리가 있느냐>|신민
○17일 각종 투표사고의 보고로 떠들썩했던 신민당사는 하오 8시 40분쯤 개표가 시작되어 찬표가 늘어나자 허탈 상태에 빠졌다.
중앙당사 2층 총재실 옆방에 마련된 상황실에는 부총재들을 비롯한 많은 간부들이 나와 투표사고에 대한 대책을 협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으나, 서울에서 맨 처음 개표가 시작된 용산구 보광동 개표결과가 찬 1천3백표, 반 1천4백표라는 라디오 방송을 듣고는 모두 『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보광동 개표소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등 한동안 의아한 표정들이었다.

<유총재 전화 곁에>
이날 아침부터 각종 사고 보고가 들어오느라고 비명을 울렸던 5대의 전화는 밤9시쯤에는 완전히 침묵.
각 지구당에서 보고된 투표사고는 모두 135건인데 ,이 가운데 공무원과 총반장의 개입이 45건으로 수위고 ,다음이 야당 참관인의 추방 폭행, 연행 등 참관활동 방해사건이 41건, 그리고 대리투표, 공개투표 (릴레이)투표율이 40건이며, 기타가 9건.
김상현 의원은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투표소 밖에서 통반장이 1천 200장의 투표 통지표를 200장씩 나눠갖고 서성거리는 것을 뺏어왔다면서, 싸온 보자기를 풀어 공개.

<외국 기자 회견도>
○개표 결과 찬반 표차가 커지자 대부분의 당 간부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떴고, 이재형부총재와 고흥문 사무총장만이 늦게까지 남아 「라디오」에 기를 귀울였다.
유진오 총재는 17일 하오 4시쯤 부인과 함께 광주쪽으로 「드라이브」한뒤 당사에 들를 예정이었으나, 주치의의 만류로 6시쯤 바로 필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김총재는 집에서 30분 간격으로 밤 10시까지 고총장으로부터 전화 보고를 받다가 11시쯤 취침했다. 이날밤 「뉴요크 타임즈」와 「타임지」등 미국 기자 몇 명은 당 간부들과 회견한 뒤 상황실에 집계 광경을 카메라에 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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