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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체제소동 회유책으로 이사회 공개까지|학생들이 교수능력 채점, 과목선택 안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난 수년동안 미국전역의 대학가를 휩쓴 학생들의 반체제소동이 이번 가을학기의 개강을 계기로 뚜렷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여 오랫동안 고수되어온 미국의 교육체제에 근본적인 변혁이 가해질 듯한 전망을 보이고있다.
지금까지의 미국학생들 난동은 표면적으로는 ROTC폐지, 월남전, 인종문제등 정치적「이슈」를 중심으로 하고있지만 보다 근본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로서 대학자체의 기능개혁에 관한 불만이 깔려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9월 중순부터 시작된 70학년도를 맞아「하버드」「컬럼비아」「스탠퍼드」등 비교적 보수적인 대학에서까지 학생들의 광범한 학교행정 참여요구를 받아들여 학생과 일부 진보적인 교수들의 의견을 정상적 경로를 통해 반영시킬 수 있도록 이사회를 개편했다.
이제 대부분의 학교는 교수회의나 이사회를 공개적으로 소집해서 학생들의 자유로운 참가를 허용하고 있으며「하버드」같은 데서는 학생들이 포함된 35인 위원회를 구성하여 학교당국이 취해야할 구체적인 개혁문제를 제기해 주도록 요청하고있다. 미국의 대학들은 학년초에 신입생들에게 어떻게 행동해달라고 훈시하는 대신 학생들이게 청문하는 태도를 갖게된 것이다.
이와 같은 경향의 한 재미있는 결과로「컬럼비아」대학에서는 재적대상이 학생에서 교수로 옮겨지게 되었다. 즉 지난봄의 학생활동으로 학생들은 채점기준을 단순히 낙제와 진급의 두 가지로 간소화시키라고 요구하여 관철시켰다. A·B·C·D·E의 채점기준은 완전히 철폐된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 채점기준을 교수의 강의능력을 평가하는데 이용하고있다.
이번 가을「컬럼비아」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생회로부터『과목선택 안내서』라는 푸른 책자를 한 권씩 받았는데 이 책에는 각과의 교수이름과 강의 명이 쓰여있고 그 밑에 교수들의 강의능력을 채점한 점수가 A로부터 F까지 표시 되어있다.
놀라운 것은 이 안내서의 출판을 위해 교양학과장인「헨리·콜멘」교수는 1천5백「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주고 신입생이 빠짐없이 이 책을 구입할 수 있도록 알선해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안내서가 공식적인 영향력을 갖고있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유능한 교수에게 주는 자극은 미국교육계를 각성하게 할 충분한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이곳 학생지도자들은 말하고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와 같은 학교측의 유화책이 과연 미국학생들의 소란을 회유시킬 수 있느냐에 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미국학생들의 움직임이 금년부터는 학교내의 문제보다 사회 문제로 옮겨가 더욱 과격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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