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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은의 자금부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시은의 자금사정이 만성적으로 악화되고있어 금융통화면에서 심각한 혼돈상을 야기시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상반월의 시은지준부족은 평잔으로 1백13억원에 이르고있어, 8월 상반월의 70억원에 비해 월등 악화되었다 한다. 지난 6월까지는 시은의 지준부족을 호도시켜주기위하여 한은이 일반차입을 소급실시해주었던 것이나, 통화및「리저브·베이스」의 급속한 증가를 막기위해 이를 한은이 중단시킴으로써 지도부족이 7월부터 양성화하였고, 일부 은행은 지준부족에 대한 과태금을 물게되기까지 했던 것이다.
당시 한은은 과태금을 부과하면서 시은의 방만한 대출을 억게한다는 방침을 밝혔던것인데 그것은 한달도 유지할수 없는 비현실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결국 유야무야로 후퇴하고 만것이다. 그리하여 9월상반월의 지준부족을 대부분 한은의 일반차입으로 메워주는 편법이 다시 부활되지 않을수 없게되었고, 그때문에 통화금융의 관리는 사실상 포기하다시피하고 있는 것이다.
사리가 이와 같기때문에 화폐발행고나「리저브·베이스」가 급속히 늘게되고, 그것은 자연히 물가상승염력으로 반영될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한은이 이와같이 후퇴하지 않은수 없었던 배경에는 오늘의 금융이 내포한 정치적 내지 정책적 속성때문이었다는것도 전문가들은 다 아는 비밀이었다 할것이다. 한은이 금융정책의 최종 결정권을 갖지 못하게된 물리적관계가 형성된지도 이미 오래 되었고, 시은이 대출을 재량으로 할수있는 상태를 벗어난지도 이미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은자체가 시은운영을 책임진다는 것도 구두선으로 그치고 말았으며, 시은의 자금부족이 시은의 책임만으로 귀속되기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이다.
솔직이 말하여 시은의 방만한 운영이 오로지 시은경영층의 과오만에 기인되는것이라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시은을 문책하고, 규제하지 못할이유가 없는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이고도 고질적인 자금부족상황이 지속되어도 한은이 속수무책이고 또 시은이 이에 대하여 태연할수있는 것은 모두가 그배경과 책임질곳이 따로있기때문임을 부인할수없을 것이다.
오늘의 금융통화문제는 노출된 현상만으로는 그 모순의 심도를 측정할수 없을이만큼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 중평이라할 것이다. 이러한 심각한 문제점을 하루라도 빨리 시정하지 않는다면 더욱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어가, 결국 헤어날수 없는 파동을 언젠가는 일으키지 않을수 없을것임을 당국은 직시해야 할줄로 안다.
금융통화정책의 자율성·중립성을 다시한번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외자도입 고도성장정책이 금융통화면에 미치는 부조리현상을 극복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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