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조직만 골라 싹둑 '족집게 수술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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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암환자 수술 때 종양조직만 골라 잘라낼 수 있는 ‘똑똑한 수술칼(사진)’이 개발됐다. 암 수술을 혁신적으로 간편하게 만들어 암환자 생존율 증진과 의료비용 절감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7일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CL)의 졸탄 타카츠 박사가 질량분석기 기능을 갖춘 외과용 첨단 칼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작은 봉처럼 생긴 이 칼은 인체조직을 절제하는 즉시 타는 연기를 튜브로 빨아들여 질량분석 장비로 보낸다. 축적된 암조직 샘플의 연기 성분과 비교해 3초 만에 암조직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 일종의 최첨단 레이저 메스로 지능(intelligence)을 갖췄다는 의미에서 ‘i나이프(iKnife)’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금은 암환자 수술 때 암조직을 육안으로 정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정상조직까지 잘라내기도 한다. 암종양을 미처 다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영국에서 유방암 환자 20%가 재수술을 받는다는 통계가 있다. 수술 중 암조직 확인 검사에 30분이나 걸려 환자가 마취상태에서 기다려야 한다. i나이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할 획기적인 의료장비로 보인다. 타카츠 박사 팀은 앞서 임상시험에서 91명의 암환자에게서 암조직을 100% 판별해 냈다고 밝혔다.

 타카츠 박사는 i나이프를 실용화하기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본사를 둔 메디매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테스트 버전 제작에 20만 파운드(약 3억4000만원)가 들었지만 상용화되면 가격은 크게 내려갈 예정이다. 이르면 3년 내 승인 허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i나이프가 암환자의 생존율을 크게 높이는 한편 불필요한 재수술을 줄여 의료비용을 절감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타카츠 박사는 “i나이프가 혈액공급이 제대로 안 되는 세포나 박테리아에 감염된 조직을 판별하는 등 다른 의료 목적으로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17일 미국과학진흥협회(AAAS)의 ‘사이언스 중개 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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