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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탐구] 게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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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뒷골목의 어두운 오락실로 상징되던 한국의 게임 산업이 최근 몇년 사이 정보통신(IT)과 그래픽 기술 등이 결합된 첨단 문화 산업으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이 그 기반이다.인터넷 보급은 리니지로 대표되는 온라인 게임의 발달로 이어졌으며 3천만명이 넘는 휴대전화 가입자는 모바일 게임 산업이 각광받는 밑바탕이 됐다.

2002년 시장 규모 3조4천억원의 첨단 산업. 코흘리개 꼬마에서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전 국민이 즐기면서도 그 실체와 생활 속 비중을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 산업. 극명하게 대비되는 한국 게임산업의 현주소다.

전통적인 오락실용(아케이드) 게임은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고 불법 복제와 온라인게임 등의 영향으로 PC게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모바일 게임과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2, 미 마이크로소트프의 X박스 등 비디오게임(콘솔게임) 분야는 게임 타이틀 개발과 보급 등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업계에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고 있다.

◇성장하는 게임산업=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최종 소비자 매출액 기준으로 3조4천1백38억원(PC방 매출액 포함). 2001년의 3조5백억원에 비해 12% 성장한 것이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21% 늘어난 4조1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2년의 시장 규모를 분야별로 보면 ▶온라인 4천4백25억원▶콘솔 1천5백40억원▶모바일 1천2억원▶PC 1천6백50억원▶아케이드 게임 4천48억원이며 ▶PC방 매출 1조4천4백16억원 ▶전문게임장의 매출이 7천57억원이다.

개발원은 올해 국내 게임의 수출액이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수출 증가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35% 성장한 2억1천6백만달러(약 2천6백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수입은 일본 플레이스테이션2 등 비디오 게임시장 확대의 영향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증가한 2억3백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온라인.모바일 게임이 선두=국내 게임 산업의 대표주자는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2000년 1천9백억원에서 지난해 4천4백억원에 이르는 등 매년 20~40% 성장하고 있다.

세계 온라인 게임 시장의 50%를 국내 업체가 차지하고 있으며 리니지를 서비스하는 ㈜엔씨소프트는 지난해에 매출 1천5백48억원, 순이익 5백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보다 매출은 24%, 순이익은 3백56% 증가했다.

지난해 온라인게임은 1세대격인 2차원(2D)에서 3차원 (3D) 게임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또 최근 수년 사이에는 바둑.카드 등 인터넷 접속을 통해 즐기는 이른바 웹게임이 확대되고 여성.장년층의 게임 인구도 꾸준히 늘고 포털 사이트의 게임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비디오게임과 아케이드 게임이 중심을 이루는 세계시장의 큰 흐름에서 벗어난 '작은 컴퓨터 화면에서 노는'한국적인 게임이다. 또 업체 난립으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고 X박스 등 게임기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발전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만 국내 시장에만 만족하지 말고 세계로 시장을 창출해 나아가야 할 때"라며 "특히 정서가 비슷한 중국.대만 등 동남아 지역과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시장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 분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 1천2억원으로 PC게임에 6백억원 이상 뒤졌으나 올해는 시장 규모가 1백50% 이상 성장한 2천5백억원으로 PC게임(1천4백90억원)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게임업체 지오인터랙티브 김병기 사장은 "휴대전화 특히 컬러폰 등 고급 단말기의 보급과 무선인터넷 사용 증가에 발맞춰 함께 성장하고 있다"며"지속적인 기술개발로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솔게임 시장은 PS2, X박스, 게임큐브 등 세계 3대 게임기가 최근 한국에 진출하면서 지난해 시장 규모가 전년에 비해 8백50%나 늘어난 2천4백6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6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PC게임은 불법 복제와 온라인.비디오 게임 등의 영향으로 영역이 축소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케이드 게임 또한 제작 업체와 게임장의 감소로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수준에는 못 미쳐=국내 게임산업은 온라인.모바일 게임의 급성장으로 발달한 것처럼 보일 뿐 아직도 세계적 수준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 정영석 사무관은 "국내 게임산업은 초기 단계"라며 "온라인게임은 개발인력.기술력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게임산업 전체적로는 그래픽 등 콘텐츠의 수준이 떨어지고 핵심적인 게임 기술은 외국에서 수입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게임에 대한 인기가 늘면서 국내 40여개 대학(2년제 포함)에서 관련 학과가 개설됐으나 체계적으로 인력 양성이 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게임개발.유통업체인 한빛소프트 김영만 사장은 "게임강국 코리아라고 말하지만 온라인 강국일 뿐이며,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金사장은 "특히 세계시장의 주류인 콘솔 게임 분야에서 타이틀 개발 능력이 한참 뒤처져 있으며 PC게임 경쟁력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은 "게임 자체보다는 아바타와 게임 아이템 등 게임 부가산업에 관심이 더 쏠리는 경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게임산업개발원 정원장은 "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의 비중은 1.5% 수준"이라며 "정부의 지원이 게임산업 발달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인식이지만 측면지원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사진= 김춘식 기자

<사진설명>
국내 게임산업이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가운데 해외 유명 게임업체들의 국내 진출도 활발하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있는 일본 소니사의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 체험장에서 지난 15일 청소년.직장인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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