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연꽃의 마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아! 저기 돈짝만한 구멍이 뚫렸구나. 좁은 성문이 햇빛을 받아 훤하다.
그래, 보느냐!
분명 성문이 뚫렸지?』
(65년9월22일 창간축시에서) 노산은 그때 『좁고, 어둡고, 소란스러운 골목』의 한줄기 눈부신 빛살을 노래하며, 중앙일보의 창간시를 읊조렸다. 『발 앞엔 다만 성명서, 항의문, 결의서, 영장같은것들만 쏘고 남은 탄피처럼 뒹굴고』.노산의 영탄은 그 어지러운 골목에서 밝은 노래로 퍼진다. 그후 한해. 월탄은 다시 노래를 부른다.
『한손에 붓을 들고 한손에 활을 잡고 샛별같은 눈을 덜어 비취빛 저 하늘을 쏘아본다.
아아, 너 ,네 조국의 운명을 지켜보누나.』
(66년9윌22일 창간1주 축시에서) 지금은 벌써 고인이 된 지훈은 조국을 지켜보는 그눈을 바위의 의지로 새기고 있다. 67년 9월22일, 그는 창간2주를 맞아 나직이『바위송』을 읊고 있다.
『배우자 바위 영원한 부동의자세 청신한 그 호흡을-.』
그러나 조국은 아직 메마른 땅. 미당은 『사람의 소나기』, 『사랑의 이슬』을 절규한다.
『먼저 이 쓰고도 메마른 나라의 어른들의 가뭄, 아기들의 가뭄을 촉촉이 적시어라. 촉촉이 적시어 소생케 하라』
그 이슬을 내리는 마음을 미당은 『연꽃의 마음』이라했다. 그 소박한 빛깔, 그러나 화심의 눈부신 경이. 9월은 그 연꽃이 함초름히 피는 달이다. 오늘 또 다시 본지는 창간4주를 맞았다. 연꽃은 피어도, 그 마음은 뜨거워도, 그러나 「골목」엔 또 다시 성명서와 항의문과 이름모를 종이조각들이 뒹군다.
그런 현실에서 본지창간특집으로 다루어진 「신문부재」시비는 새삼 눈을끈다. 「해바라기신문」, 「지사없는 신문」을 얘기하는 독설도 눈에 띈다.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고취한다.』우리는 오늘 본지의 사시가 갖는 의미를 새삼 일깨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