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인턴 향해 보호자가 "언젠간 널 죽이러 오겠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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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인턴이라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아니면 의사라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 어떤 법도 없고 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곳이 응급실은 아닌데…환자가 너무 무섭습니다.”

모 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는 여성 인턴이 환자 보호자에게 심한 폭언을 당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의사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인턴 A씨가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에게 이에 대한 내용을 전하면서 이번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노 회장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인턴 A씨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 새벽 5시경, 40~50대 여성 환자와 남성 보호자가 들어왔다. 복통을 호소하는 환자 옆에서 보호자는 문신이 새겨진 팔을 들고 A씨를 위협하며 “위경련이니 검사는 다 필요 없고 주사나 놔 달라”고 소리 질렀다.

A씨는 환자가 진료 받기를 원하자 보호자에게 “검사를 안 하겠다는 서명을 하면 주사를 놓아주겠다”고 말했으나, 보호자는 수차례 거절하며 욕을 하기 시작했다. A씨를 향해“어이, 와서 환자나 보지”, “어딜 환자한테 오라 가라냐”며 소리 지르고 수차례 욕설을 퍼부었다.

서로 언성이 높아지자 응급실에 경찰이 출동했으나, 경찰은 폭언과 진료 방해에 대한 책임을 보호자에게 묻기보단 “미안하다고 말하라”는 분위기에 그쳤다.

이에 A씨는 “보호자는 계속 소리 지르고 사과를 요구했다”며 “인턴이라 이렇게 살아야합니까? 아니면 의사라서 이렇게 살아야 합니까?”라고 자괴감을 표현했다.

이어 “‘언젠간 널 죽이러 오겠다’는 말을 듣고 싸움이 끝났다. 싸우고 싶다. 오늘 제가 흘린 눈물을 다른 사람이 또 다시 흘리게 하고 싶지 않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같은 메시지를 받은 노 회장은 A씨에게 “선배로서 그리고 의협회장으로서 더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관할 의사회에서 먼저 진사조사를 하도록 하고, 문제의 환자 보호자와 경찰서의 담당자들이 반드시 적정한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답문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의사들은 “병원 응급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B씨는 “저도 인턴 때 응급실에서 환자 보호자가 던진 얼음에 얼굴이 날라갈 뻔 했는데도 선배 의사들은 저의 잘잘못을 먼저 따지고 들었다”며 경험담을 전했다. C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지나가던 노교수님조차 나에게 사과하라고 적반하장으로 화를 냈다. 병원 관계자들은 일이 커지지 않기만을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환자 보호자를 반드시 고소, 처벌해달라”, “의협에서 실제 이런 사례 시 대처법을 교육했으면 좋겠다”, “환자가 때리면 맞는 게 의사라는 한 병원장님의 말씀이 잊히지 않는다”는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한편 이 같은 진료실 내 의료진 폭언, 폭행 사건이 계속되자, 의료계는 법적 보호장치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안정적인 진료 환경과 환자의 건강권을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법의 보호가 절실하다"며 정부와 국회를 향해 "의료기관 내 폭력 근절 관련 법안 입법화와 행정적 지원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대한병원협회 역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의료인 피습 또는 폭행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의사폭행방지법'에 대한 적극적인 입법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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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아 기자 okafm@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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