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 배치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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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전남 광주에 학교가 있는 나는 매번 방학 때마다 호남선을, 제대 후에는 그것도 줄곧 3등 완행을 이용한다. 그런데 친구들과 여럿이 차를 탈 때는 그렇지 않지만, 혼자 외톨이가 되면 아무리 빨리 개찰을 마쳐도 좌석에 한번 앉아볼 수가 없다. 좌석이 텅텅 비었는데도 어느새『좌석 배치제』(?)가 훌륭히 실시되고있기 때문이다. 즉 3등 완행열차안에 좌석 배치원이 있어서 미리 좌석을 맡아 두었다가 승객들에게 1백원씩 받고 양보(?)하는 것이다.
○…이쯤되면 젊은이치고 누구나 한번 싸워봄직도하지만 둘러보면 돈주고라도 서로 먼저 앉으려는 어진 백성들이요, 저쪽은 자기네와 시비가 붙을까 눈알을 부라리는 응원패들이 있으니 그만 수그러들게 마련이다.
○…하긴 떡벌어진 체격에 권총까지 찬「열차공안」아저씨들도 있지만, 그분들이야 열차가 출발한후 콩나물시루보다 더복잡해진 차속을 누비며 순찰이나 하시는 분들이니 나처럼 순하고 어진 백성은 어디 하소연조차 해볼데가 없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도 어서빨리 3등완행에 좌석제가 없어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서상진·서울 성북구 돈암동 38의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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