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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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어음부도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어 경제계에 비장한 긴장감을 주고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8월중의 서울어음교환소의 어음부도는 모두 6천3백45장에 20억4천여만원에 이르고 있다하며, 부도율은 7월의 0.44%에서 8월에는 0.46%로 늘었다는것이다. 작년 8월의 어음교환액 2천8백여억원에 대한 부도액 7억5천여만원에 비한다면 지난8월의 어음부도율은 근2배나 되는 것으로, 놀라운 유통신용의 저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같이 어음신용이 떨어져 간다면 교환결제는 차츰 현금위주로 변질하게 될것이며, 막대한 화폐수요증대를 수반할 공산이 짙어 화폐관리를 크게 위협할 것이다. 또 어음신용의 저락은 물자유통을 어렵게 만들어 기업간 유통에 지장을 초래케하기때문에 유통비용을 제고시켜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도 결코 적지 않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동안 당국은 어음신용의 저락을 방지하기위해 부도수표를 단속하는 법률을 만들어 부도수표발행자를 고발 제재하고있으며, 금융기관도 어음신용의 제고를 위해 협정인을 권인까지해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처럼 부도율이 날이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것은 심히 유감이라 하지않을수없다.
외국의 경우 같으면 부도를 낸 업자는 업계에서 사실상 발을 붙일수 없을만큼 신용을 생명으로 하는 관습이 형성되어 왔으나, 우리의 경우 부도는 다반사처럼 되어있으며, 업계자체가 부도수표발행자를 자율적으로 수출하지 못하는 실정인 것이다. 업계가 스스로 정화되지 않는한, 어음신용이 개선될수없다는 점에서 부도수표발행자를 업계 스스로가 제거하는 건전한 풍토가 형성되어야하겠음을 우선 강조하지 않을 수 없는것이다.
그러나 어음신용의 저락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화금융정책이 변태성을 탈피해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할것이다. 무모할이만큼 팽창정책을 집행함으로써 자기자본없이 사업하는 풍토를 기른것 자체가 정책의 소산인것이다. 융자를 받아 놓기만 하면 「인플레」가 빚을 갚아준다는 묵시적원칙을 형성시켜준것도 그동안의 정책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금융통화정책풍토에서 업계가 번영했기 때문에 자금은 부족하면 은행이 메워주는것으로 되어있고 때문에 자기자본없이 시설확장에 급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통화금융정세는 현금차관도입에 따른 통화창조와 과승여신에따른 지준부족상황의 악화등으로 통화관리가 극악의 상태에 있어 추가 여신의 길이 막히게된것은 숨길 수 없는것이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자금부족은 은행이 메워준다는 종래의 「틀」이 깨지지 않을 수 없는것이며, 사리의 당연한 귀결로 어음부도율은 급속히 증가하는것이다.
화폐현상은 심리적가속작용이 수반하는 속성이 있으므로 어음신용의 저락이 화폐신용의 폭락으로까지 발전하지않도록 대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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