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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저씨 아니거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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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교육사업을 하는 김모씨는 주변에서 ‘꽃중년’으로 불린다. 올해 환갑인 그는 평소 남성용 BB크림을 바르고 다닌다. 머리카락은 갈색으로 염색을 해 40대로 보인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김씨는 “정기적으로 피부 마사지를 받는 등 동안(童顔) 만들기에 월 5만~15만원가량 ‘투자’한다”며 “젊게 보이는 게 아무래도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고객이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남성 화장품 시장이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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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능력이자 자기 관리 척도”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남성 화장품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해마다 7% 이상 성장해 올해는 2008년(5700억원)의 두 배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른바 ‘노무족’ ‘노마족’ 덕분에 나이보다 젊고 아름다움을 유지하려는 ‘안티에이징 산업’이 콧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무족(族)은 ‘더 이상 아저씨가 아니다’(No More Uncle)는 영어 표현을 줄인 것이다. 중년 여성은 아줌마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뜻에서 ‘노마족’(No More Aunt·NOMA族) 또는 ‘나우족’(New Older Women·NOW族)으로 불린다. 40~60대 중년들이 나이 들어 보이기를 거부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패션과 미용·식품·헬스 산업에서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 몸에 착 달라붙는 의류부터 건강 보조제, 기능성 화장품, 피트니스센터 등 시장도 광범위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6일 성인남녀 500여 명을 대상으로 ‘안티에이징 산업에 대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이 같은 인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가령 ‘옷을 살 때 품질보다는 날씬하게 보이는 제품을 구입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67.9%에 이르렀다. 가급적 젊게 보이겠다는 욕구가 반영된 소비 성향이다.

꽃중년 위해 불황에도 지갑 열어

소비자의 61.2%는 비타민이나 홍삼 등 건강 보조제를 복용 중이었다. 기능성 화장품을 바르고 있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54.2%)이었다. 정보기술(IT)과 결합한 이른바 피부 관리기, 보디 슬리밍 등 ‘뷰티가전’(25.8%)도 인기를 끌고 있다. 흥미로운 대목은 ‘꽃남’으로 보이기 위한 40~50대 남성들의 움직임이 적극적이라는 점이다. 현대홈쇼핑은 4월 30대를 타깃으로 몸에 딱 맞는 슬림핏 바지를 내놓았다가 적잖이 당황했다. 주문한 고객의 73%가 40~50대 남성이었던 것. 회사 관계자는 “상반기 남성의류 판매가 지난해보다 12%가량 늘었는데 슬림 재킷과 정장·바지가 대세였다”고 말했다.

 기능성 화장품 구매 비율도 꾸준히 늘어나 남성 네 명 중 한 명 꼴(24.4%)로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B크림 사용 비율은 23.7%였다. 남성들은 염색이나 탈모 방지 등 헤어케어 용품(36.8%)부터 치아 미백(7.9%), 피부과·성형외과 시술(3.7%) 등을 이용한 경험이 있었다. SM코스메틱 류인택 대표는 “최근엔 BB크림에서 진화해 보습 기능을 강화하고 미백 효과를 더한 CC크림을 찾는 남성이 상당히 늘었다”고 말했다. 경기 불황으로 살림살이는 빠듯해졌지만 소비자들은 ‘젊게 보이기 위해’ 지갑을 여는 데 그다지 망설임이 없었다. 소비자들은 피트니스·피부클리닉·요가 등에 연 평균 70만9000원, 화장품 구매에 38만4000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부과나 성형시술, 치아 미백 등 미용 목적의 의료비용은 연간 61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남성화장품 시장 1조 … 5년 새 두 배로

 안티에이징 시장이 급성장한 데는 중년들의 인식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소비자의 63.9%는 ‘외모가 곧 능력이자 자기관리의 척도’라고 응답했다. ‘살림은 어려워도 젊게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겠다’는 비율도 29%나 됐다. 대한상의 박종갑 상무는 “안티에이징 시장은 매해 10%씩 성장해 12조원대로 커졌다”며 “수명 연장과 시니어 세대의 부상, 외모를 중시하는 경향 확대 등 사회적 요인이 큰 몫을 했다”고 풀이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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