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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 버리고 팔각 경기장서 한판 … 태권도 확 바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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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15일(한국시간) 멕시코에서 열린 총회에서 총재로 재추대된 후 태권도 개혁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조정원(66)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가 4선에 성공했다. 조 총재는 15일(한국시간) 멕시코 푸에블라 전시회장에서 열린 WTF 총회에서 단독으로 입후보, 투표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2004년 김운용 전 총재가 임기를 1년 남기고 떠난 뒤 10년 동안 WTF를 이끌어 온 조 총재는 임기 4년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조 총재는 “레슬링이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에서 제외됐다. 세계화되고, 대중화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앞으로 한국의 태권도가 아닌 세계의 태권도가 되도록 힘쓰겠다. 딸을 시집보내는 마음처럼 아쉬움이 크더라도 태권도가 세계에서 뛰어 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조 총재는 태권도가 2020년 올림픽 핵심종목 잔류에 만족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부터 큰 폭의 변화를 줄 계획이라고 한다. 조 총재는 “태권도복을 입으면 (매무새 때문에) 시간이 늘어지고 경기력도 떨어진다. 첨단 소재가 많은데 도복을 계속 고집하는 건 좋지 않다. 현재 몇몇 업체가 태권도에 적합한 유니폼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 사각형 경기장보다 (뒷걸음치기 어려운) 팔각형 경기장이 박진감 있는 경기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각 링에서 펼쳐졌던 종합격투기가 옥타곤(8각 케이지)으로 무대를 옮긴 것도 경기의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반면 경기 용어는 순화하기로 했다. ‘KO(knock out)’를 결판 또는 완승 등으로 다르게 부를 전망이다. 또 연장전에서 나오는 결승점을 ‘서든 데스(sudden death)’ 대신 ‘골든 포인트(golden point)’로 바꿀 예정이다. 조 총재는 “WTF는 ‘무도(武道) 태권도’보다 ‘스포츠 태권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권도의 전통적 틀을 벗어나 대중에게 다가서는 동시에, 태권도를 지금보다 더 올림픽 친화적인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의미다. 조 총재는 “2016년 올림픽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려면 늦어도 내년에는 새로운 경기 방식을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푸에블라(멕시코)=글·사진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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