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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속의 북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편집자주=다음은 최근 서구신문기자로서는 처음으로 북괴를 1주일동안 방문하고 돌아온 전afp통신 북평특파원 「에드워드·딜롱」씨가 북괴의 대외정책을 다룬 기사이다.>
비행기여행은 많이 해봤지만 다른 손님이라곤 하나도 없는 텅빈 국제선여객기를 타보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중공수도 북평에서 북괴의 수도 평양까지 1주일에 한번씩 여객기가 왕복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내가 북괴방문을 위해 북평비행장에서 이 여객기를 탔을때 다른 손님이라고는 한사람도 없었고 나는 이 정기여객기를 전세라도 낸둣이 혼자서 3시간동안의 여행을 하지않으면 안되었다.

<외부세계와 차단>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것은 김일성이 이끄는 북한의 공산정권이 오늘날 국제적으로 얼마나 고립되어 있으며 외부세계와 소원한 관계를 맺고있는가를 단적으로 표시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북괴에 가보면 알수 있는 일이지만 북괴의 편협한 민족주의는 학교교육은 물론 국민생활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양의 소위 「혁명박물관」에 가면 그곳 안내자는 1945년의 일본의 무조건항복을 설명하는데도 서방국가들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다만 한가지 일본항복에 있어서의 미국의 구실을 말하면서 「미제국주의자」들은 일본항복을 계기로 남한을 점령해버렸다는 아무에게도 곧이들리지않는 조장을 내세울 뿐이었다.

<믿지않을 거짓말>
뿐만 아니라 이 「혁명박물관」의 안내자는 소련에 관해서도 한마디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국전쟁에 관한 북괴의 「관제역사」만 해도 한국동란중 자기네 편을 들어 싸워준 중공의 「인민의용군」의 구실에 관해서도 한마디 언급도 없다.
김일성의 눈으로 볼 때 최대의 적「제국주의자」들을 앞에놓고 서로 싸우는 소련이나 중공은 다 틀려먹었다는 것이다. 즉 김일성의 입장에서 볼 때 소련의 소정주의도 나쁘지만 소련이 제아무리 나쁘더라도 그들 「제국주의자」미국과 똑같이 욕하고 있는 중공도 역시 나쁘다는 것이다.
예컨대 북괴는 지난번 미국의 첩보기EC121호가 동해상공에서 격추당하자 그 승무원들을 구해주겠다고 재빨리 군함을 파견한 소련의 처사에 몹시 불만을 표시했던 것이다. 반면 소련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그들은 그들대로 북한공산주의자들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많다.
나는 북괴를 다녀온 후 소련외교관 한사람을 만났는데 그는 나에게 『우리 구라파사람들로서는 그따위것(개인숭배)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북괴는 이와같이 그가 가장 가까워야할 소련이나 중공과도 극히 냉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공산주의세계의 여타국가들과는 가까이 지내고있느냐하면 그렇지도 않다. 가끔 통상사절단들이 북괴의 수도를 방문하고있을 뿐 북괴는 『오늘의 좁아진 세계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하고 의아심을 느낄 정도로 완벽한 고립주의를 고수하고 있다. 【AFP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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