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NBC의 앵커 톰 브로커와 CBS의 댄 래더가 물러난 데 이어 코펠이 ABC를 떠날 경우 수십년 동안 미 주요 방송사들을 석권했던 '왕년의 앵커' 대부분이 물러나게 된다. 1982년부터 ABC의 월드뉴스를 진행하고 있는 피터 제닝스 정도가 아직 남아 있는 구시대 앵커다.
코펠의 퇴진은 미 방송사에서 '권위와 깊이를 자랑하는 뉴스 진행'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의미가 있다. 코펠이 혼자서 미국 내 주요 이슈에 대한 심층분석과 진단을 내리면서 진행해온 '나이트라인'은 8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90년대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밤 11시15분 같은 시간대에 NBC는 제이 르노의 '투나잇', CBS는 데이비드 레터먼의 '레이트쇼'를 방영했다. '나이트라인'은 이들 코미디 프로에 계속 밀렸다. 3년 전에는 ABC가 레터먼에게 "'나이트라인' 방송시간대를 줄 테니 다른 쇼 진행을 맡아 달라"며 스카우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코펠의 반발과 레터먼의 거절로 이 제안은 무산됐다. ABC는 코펠에게 "젊은층을 겨냥해 좀 더 대중성 있는 생방송 형식의 뉴스 프로를 제작하자"고 제안했지만 코펠은 ABC를 떠나는 것으로 자존심을 지키려는 것 같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