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부정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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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벌교는 지난 l6일의 「데모」로 또다시 유명해졌다. 고배를 든 양달승씨의 운동원들은 「플래카드」를 들고 읍내를 시위하며『벌교발전 방해한놈, 몰아내자』고 외쳤다. 구호속엔 『8·14부정선거』 라는 주장도 들어있다.
이들의 「데모」는 한국 국회위원선거의 특색있는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하나는 야당에 제표를 던지는 은 『벌교발전을 방해한놈』이라는식의 사고방식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여」에 제표를 던지면 『읍발전에 기여한 인물』이 되는 젓이다.
국회는 이런 상황에선 하나의 허울좋은 상징적 명칭이며, 실은「읍회의」정도로 후퇴를 하고있는것이나 아닐까. 선거를 거듭할수록 국회가 스스로 왜소화되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지배하는한 진실한 국회의원노릇은 몇몇야당의원들의 몫이 되고 말지도 모르겠다. 여당의원들은 하나같이 도의, 군의, 아니면 읍의 대표로 손발이 묶이지나 않을까.
다른 하나의 구호도 재미(?)있다. 『8·14 부정선거』설이다. 그것이 부정인지 아닌지는 고발에 의해 법의 심판을 받을 문제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패배」 는 곰 「증오심」으로 점화되는 그 원시적 정치의식이다. 벌교「데모」대는 「축상도」의 화환을 던져버리고, 선관위장 집을 찾아가 으름장을 놓고, 때려 부수며, 반대당 참관인집엘 가서 그가족의 뺨마귀를 후리치고…. 더구나 이「데모」대열엔 읍장까지 끼어 있었다고 한다.
승자가 있으면 반드시 그의 패자가 있기 마련이다. 인간사회의 어디에나 이런 양지와 음지는 교차하는 것이다. 모든 패자들이 증오와 보복심에만 불탄다면 누구도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되고말것이다.
최근 미국의 한마을에서 대학강사를 하고있는 「험프리」씨는 「닉슨」 의 외교정책에 「B」 학점을 주었다. 「B」면 「우」급이다. 이들은 왕년엔 대통령의 각축을 다투던 반대당의 적수. 그러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박수를 보내야 할때 손바닥을 요란하게 치고있는 것이다.
승자와 패자는 오로지 유권자의 한표에 달려있다. 이것에 의해 결판이 난 뒤에 왈가왈구하는 것은 대인의 짓이 못된다.
『선거에서도 이기고, 인문에서도 이기고 싶다. 』 「처칠의 인상적인 출마변이다.
실로 대인의 정치풍토는 요원한가. 선거를 원시적 감정에 의존하는 암흑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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