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광복」의 실천적 파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l5일로써 어언 8·15광복 24번째의 기념일을 맞게 되었다. 4반세기, 25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우리의 국가·사호와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 우리의 의·식·주생활과 사상·학문·과학기술·예술 등 모든 면에 걸쳐 실로 격세지감이 있음을 누구도 부인치 못할 것이다.
흔히 말해지듯 2차 대전 이후 최근까지의 4반세기는 인류 역사상 일찌기 볼 수 없던 「매러볼릭」(포물선적)한 변화의 시대라고 한다. 우리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모든 인류가 원컨 원치 않건, 과거 같았으면 수세기의 시간적 여유가 있어도 도저히 경험할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 보다 폭넓은 변화의 열세 속에 내던져져, 이 가운데서 그 급류의 무서운 역력을 능동적으로 이겨 낼 수 있던 국민들만이 바람직한 변용과 발전을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해방 후 25년의 역사적 집정을 쌓은 우리 국민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도도한 변화의 급류를 능동적으로 초극했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서 근본적인 반성이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눈을 국내적인 「신」에만 한정할 때에도, 「해방」이라는 극기적 사실이 내포하고 있는 엄청난 의미를 우리 국민생활의 어느 부문에서도 자랑스럽게 구가할 수 있을 만한 자신이 우리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1945년8월15일의 해방은 결코 일제 통치로부터의 물리적인 해방으로만 그칠 수는 없는 것이었다. 비록 8·l5해방이 2차 대전 종결의 결과로 연합군측의 승리에 의해 피동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러한 해방을 가져 온 원동력은 결코 연합군의 군사적 승리라는 물리적 힘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전개를 해 나가는 역사발전의 일경으로서, 이를테면 역사적 필연의 소치였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몸바쳐 온 애국 선열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었던 것이다.
해방 후 25년간, 우리는 매년 국경일 행사로서의 광복절을 기념해 왔지만, 사실상 해방이 찾는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모든 국민이 실천적으로 파악하기에는 우리의 국내외 사정이 너무도 착잡했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 후에 이루어진 모든 외형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생활의 주변을 냉철하게 관찰하여 볼 때, 우리는 여전히 많은 것으로부터 참다운 해방을 전취하고 참다운 해방의 의의를 되살려 할 국면이 허다하다는 것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해방의 참뜻을 모든 국민이 실천적으로 터득하고, 그 귀중한 가치를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더욱 분발하겠다는 결의를 표명함으로써 우리는 제24회 광복절을 기념하고자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