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외 성관계 육사생도 퇴학은 부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육군사관학교 생도 A씨(23)는 촉망받는 예비장교였다. ‘중대장 생도로서 모범적이고 헌신적인 지휘근무를 했다’는 이유로 표창을 받기도 했으며 동료들의 신망도 두터웠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한 민간인 여성으로부터 “생도가 주말에 여자친구와 원룸에 출입한다”는 제보가 육사에 접수되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진상조사에 나선 학교 측은 A씨로부터 어머니 명의로 원룸을 얻어 외박할 때마다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혀 낸 뒤 퇴학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퇴학으로 인해 현역 입영영장까지 받게 됐다.

 퇴학의 주된 사유는 생도생활예규에 규정된 ‘동침 및 성관계 규정’을 어겨 생도의 품위를 크게 훼손시켰다는 것이다. 예규는 여성과 성관계를 가지는 경우에는 ‘도덕적 한계를 넘어선 성군기 위반’으로 강력하게 처벌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자발적으로 본인의 규정 위반에 대해 신고할 수 있는 ‘양심보고’ 기회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숨겼던 점과 사복을 입고 다녔던 점도 징계 사유에 포함됐다. 이에 A씨 측은 “양가 부모님이 모두 관계를 알고 있었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는 건전한 사이”라며 “서로 동의하에 영외에서 성관계를 가졌는데도 퇴학처분을 내린 것은 지나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11부(부장 문준필)는 14일 “A씨에 대한 퇴학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육사의 성관계 금지 규정이 사관생도로 하여금 청백한 수련 기풍을 유지하고 절제하는 미덕을 교육시키기 위한 목적의 정당성은 인정된다고 봤다.

하지만 국가가 윤리적 비난 가능성이 없는 개인의 내밀한 성생활에까지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고 서로 동의하에 성관계를 가진 점을 고려할 때 사회의 건전한 풍속을 해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양심보고를 하지 않았다고 징계하게 되면 개인의 양심이 왜곡 굴절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징계는 헌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관련기사
▶ 법원 "육사생도, 여친과 성관계는 자유…퇴학 부당"
▶ 육사, 성관계 생도 퇴학 취소판결에 항소예정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