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네이버법, 상생의 포털 만드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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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누리당이 인터넷 포털 시장 개혁을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키로 하고, 관련 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일부 포털의 독과점 폐해가 간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했다. 이 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네이버로 국내 검색시장의 75%를 점유하는 절대적 독과점업체다. ‘검색권력’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네이버를 둘러싼 일각에선 ‘언론과 권력층의 네이버 죽이기’라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네이버의 행태에 대한 경계는 단순한 권력싸움 내지는 언론계의 몽니가 아니다. 혼란스럽고 불공정·불투명한 우리 인터넷 문화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요청 때문이다.

 네이버는 1990년대 말 외국계 포털업체의 대항마로 커 달라는 국민적 기대와 지지를 등에 업고 IT벤처의 희망으로 성장했다. 국민들은 네이버가 투명하고 공정한 신세대 벤처 정신을 구현하고, 벤처가 벤처를 키우는 새로운 벤처 생태계 형성의 주축 역할을 해주리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이 모든 기대와 지지를 배신했다. 그들은 성장을 위해 기존 재벌들의 문어발식 확장 전략을 답습했다. 우월한 자본력과 시장장악력을 이용해 신생 벤처들의 아이디어를 베끼고 시장을 독식해 나갔다. 유망한 사업 모형이나 서비스를 개발한 신생 벤처들은 네이버에 먹거리만 제공한 채 시장에서 쫓겨났다. 네이버는 IT벤처들이 공정한 게임을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왜곡되고 혹독한 생태계를 만든 주범이었다.

 소비자들도 검색의 투명성과 중립성을 보장받지 못했다. 검색을 하면 광고를 보여주는 광고우선주의에 소비자들은 광고인지 자연검색인지 구별하지 못한 채 광고에 노출됐다. 식당·유통업체 등은 네이버에 광고를 내고 그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했다. 미행·도청·살인청부를 하는 심부름센터까지 네이버 광고로 영업을 할 정도였다. 중학생이 음란카페를 개설해 운영해도 무방했고, ‘나가요’ ‘유흥알바’ 등 성인 키워드까지 팔아 돈을 챙겼다. 검색 기능을 이용해 광고로 수익을 올리고, 포털이 정보의 중개 역할이 아니라 자가 서비스 상품을 중심으로 팔아먹는 ‘이상한 행태’를 자행했다. 이에 ‘네이버는 돈이 되면 뭐든 다 한다’는 업계의 지탄에 직면했다.

 이번 독과점 포털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은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한참 뒤처진 것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02년부터 검색 광고와 검색 정보를 구분하도록 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구글이 돈을 내지 않은 정보에 대해 검색 결과를 불리하게 배치했다며 반(反)독점 위반혐의 조사를 벌였다. 이미 외국에선 이렇게 포털의 질서를 잡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개정법에는 벤처 생태계를 파괴하는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고, 소비자에게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내용이 포함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