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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제 기능 못하면 주방은 '가스 중독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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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 박영희(41·서울 방이동)씨는 하루 중 주방에 있는 시간이 가장 길다. 입맛이 까다로운 두 아들을 위해 요리에 오랜 시간을 투자하는 탓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주방에 오래 있으면 눈이 따갑고 목이 아프기 시작했다. 심할 땐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스꺼웠다.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는 “주방 공기 중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물질이 상당하다”며 “오랜 시간 노출되면 기침·천식 등 만성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하면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세계 실내공기 오염 사망자 280만명

주방용 후드는 공기 중 유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한다. 최근 전문가가 직접 후드를 세척?관리해 주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수정 기자]

실내공기는 건강과 직결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실내공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는 280만명에 이르며, 실내 오염물질이 실외 오염물질보다 폐에 전달될 확률이 1000배 높다고 추정한다.

집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특히 주방은 집안 공기오염의 주된 발원지로 꼽힌다.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해가스 때문이다. 가스레인지를 통해 연료(가스)가 연소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이산화탄소 등이 발생한다. 이는 모두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는 유해물질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해당 물질에 장기간 노출 시 눈·코·목의 자극부터 심하면 어지럼증·두통·기관지염·천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특히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체내 산소공급을 방해해 저산소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기·생선 구울 때 초미세먼지 나와

음식물 자체가 유해물질이 되기도 한다. KSD환경과학기술연구소 김성대 대표는 “커피·빵·통조림 음식 등 일부 가공식품에서 휘발성물질인 퓨란(Furan)이 발생한다”며 “퓨란은 국제암연구소가 분류한 발암물질이다. 음식물 냄새를 맡으면 퓨란이 고스란히 인체로 유입돼 위험하다”고 말했다.

음식을 구울 때 유해물질의 발생은 증가한다. 기름·수분·음식물이 함께 산화하기 때문이다. 염호기 교수는 “고기나 생선을 구울 때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먼지, 폼알데하이드·벤젠 같은 발암물질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평생 담배를 피우지 않았는데도 폐암·호흡기질환이 발생한 여성은 주방 공기 중 유해물질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게 염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주방의 유해 공기가 집안 전체로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유해물질은 공기보다 무거워 바닥에 가라앉는다. 주로 바닥에 앉거나 기어서 노는 유아에게 치명적이다. 최 교수는 “어린이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기 중 유해물질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면역기능 저하로 인한 아토피·알레르기와 각종 호흡기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공기청정기, 유해가스 제거효과 없어

주방 유해가스를 줄이는 최선책은 환기다. 일반적인 환기 방법은 자연환기(창문)와 기계식 환기(주방용 후드)로 구분된다. 하지만 자연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오염물질이 실내에 확산돼 바닥에 가라앉으면 배출이 어렵다. 반면 국소배출장치인 주방용 후드는 오염원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순간 바로 흡입, 제거하기 때문에 환기 효과가 더욱 크다.

KSD환경과학기술연구소의 실험 결과(그래프 참고)는 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김 대표는 “간혹 후드 대신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만 제거할 뿐 유해가스 제거효과는 없다”고 덧붙였다.

필터 망에 각종 세균 서식해 관리 중요

하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후드는 ‘독’과 같다. 염 교수는 “후드로 빨려 들어간 유해가스·냄새·증기 또는 탄 물질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먼지와 섞여 기름때가 된다”고 말했다. 한국화합시험연구원 실험 결과에 따르면 3년간 제대로 청소하지 않은 후드에서 38억 마리가 넘는 세균이 검출됐다. 요리시 발생하는 열이 후드 필터에 전달되면 묵혀있던 세균덩어리 기름 때가 다시 음식물로 떨어진다.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인이 후드를 제대로 관리하기 어렵다. 최근 전문가가 직접 관리하는 후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츠 스마트후드 ‘퓨어’가 대표적이다. 후드전문가 ‘하츠맨’이 4개월 마다 직접 방문해 필터를 세척한다. 1년에 한번 팬모터와 흡음재(소음방지)를 교체해 새 제품과도 같은 성능을 유지한다. 또 음식 조리시에는 스마트 열센서가 자동으로 열기를 감지해 유해가스를 배출한다. 하츠의 후드렌탈서비스는 온라인 홈페이지(www.haatz.c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염 교수는 “요리시 후드 사용과 더불어, 평소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시키는 습관도 중요하다. 음식을 태우지 않도록 주의하고, 장시간 가스레인지를 쓰는 것을 피한다”고 조언했다.

글=오경아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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