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장난 설비 운반 막던 북한 당국 "고쳐서 가져오겠다" 설명 듣고 허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북한이 개성공단을 차단한 지 102일 만인 12일부터 개성공단 내 입주기업들의 물자 반출이 시작됐다. 이날 물자 반출은 남북 간 실무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지만 공단 내 일부 설비나 기계 반출에 대해서는 북측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공단 내 물자 반출 첫날인 이날은 설비와 자재 등의 부식이 우려되는 기계금속·전기전자·화학업종 등 44개사가 방북했다. 이날 기업인 130명을 포함한 174명의 방북단은 오전 9시쯤 대형 트럭 등 123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공단에 들어갔다. 이들은 공단에서 비를 맞으며 북한 직원들의 협조 속에 완제품·원부자재 등을 차에 싣고 오후 5시쯤 돌아왔다.

 명진전자 정을연 대표는 “전기가 나가 엘리베이터를 쓸 수 없게 되자 북한 직원 30여 명이 나와 부품을 포장하고 직접 차에 실어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는 “북측이 물자 반출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줬다”며 “우리가 신청한 대부분의 완제품과 자재 반출을 승인했다”고 전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옥성석 부회장은 “방북 기업들은 실을 수 있는 건 다 실었다고 한다”며 “반출기간 이틀이 너무 촉박하지만 공단이 언제 재가동될지 몰라 최대한 갖고 나온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공단 내 일부 설비나 기계를 반출하는 과정에서는 북측 당국과 남측 기업인 사이에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남한에서 수리가 필요한 일부 설비를 반출하려고 하자 북측이 난색을 표했다”며 “남한에서 고쳐야 다시 갖고 올 수 있다고 설명한 뒤에야 반출을 허가했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설비 반출이 막혀 남측으로 싣고 오는 대신 정비인력을 올려 보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도 북측은 당초 완제품을 제외한 원부자재와 설비의 반출은 못마땅하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날 방북한 전기전자·기계금속·화학업종은 13일 하루 더 공단을 방문한다. 15~16일에는 섬유·신발·기타업종이, 17~18일에는 아파트형 공장의 입주기업인들이 방북할 예정이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