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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논쟁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 논란, 어떻게 봐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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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방세인 취득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하자 안전행정부와 지자체들이 반발했고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부처 간 이견만 노출됐다”고 질타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개선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의견은 분분하다. “다른 나라처럼 일종의 소액 수수료 수준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지방세수 감소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반론이 부딪치고 있다. 두 갈래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피한 선택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최근 안전행정부와 국토교통부가 대립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쓴소리할 정도로 취득세율 영구 인하 논란이 뜨겁다. 이런 와중에 지난 6월 취득세 감면 종료로 인해 부동산 거래 절벽이 재연되고 회복의 불씨를 보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얼어붙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대체로 국내 법정 취득세율인 4%가 해외와 비교해 지나치게 높고 국내 재산세 부담이 지나치게 낮다는 데엔 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다만 거래세를 낮추고 보유세를 높이는 과정을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을까에 대해선 많은 의문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침체된 주택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취득세 감면 연장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취득세 감면으로 인한 지자체의 재정 악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반박도 충돌한다.

 부동산거래신고제가 도입된 이후 부동산과 관련된 과세에서 많은 것들이 변했다. 취득·등록세와 관련해서도 2006년 실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하면서, 실효세율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취득·등록세를 2% 수준으로 적용했다. 그럼에도 그해 취득·등록세 징수액은 2000년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실거래 가격 기준 과세와 가장 활황이었던 시장 상황이 맞물린 결과였다. 하지만 2006년 징수 규모는 지자체에 좋았던 한 시절일 뿐 돌아가야 할 정상 수준이라곤 보긴 어렵다. 그 후에도 법정세율인 4%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적은 없다. 어찌 보면 법정세율 4%는 언젠가는 조정되어야 할 그림의 떡이었다고 볼 수 있다.

 취득세율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유지할지는 투기억제 효과를 제외하면 어느 정도의 거래량 수준이 정상적인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연도별 거래량을 주택 재고량 대비 비율로 보면 전국 단위로는 2006년 약 11% 수준에서 2012년 약 7% 수준으로 감소했다. 수도권만 보면 2006년 15% 수준에서 2012년 6% 수준으로 거의 3분의 1로 급감했다. 그러나 인천을 제외한 기타 광역시의 경우 오히려 2007년 8% 수준으로 저점을 찍고 2011년 11% 수준으로 오히려 상승했다. 수도권과 기타 광역시 모두 장기적 평균 거래량은 9% 수준이다.

 단순한 계산으로 수도권의 경우 재고량의 6% 수준인 거래량이 장기 평균 거래량 수준(9%)으로 회복된다면 50%의 취득세 징수액 증가가 발생한다. 여기에 세율을 과거 수준의 두 배인 법정세율(4%)를 적용한다면 징수액이 200% 증가한다는 셈이 나온다. 지나치게 단순한 계산일 수 있다. 그러나 의미하는 바는 작지 않다.

 지금의 극도로 침체된 시장상황을 기준으로 취득세율을 선택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옳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취득세 징수액의 감소로 인해 지방재정이 어려운 건 부동산 침체기여서이지 취득세율 인하 때문만은 아니란 얘기다. 또한 취득세는 안정적인 지방행정을 펼쳐야 하는 지자체로서는 상당히 불안한 세원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현 주택시장 침체로 인한 부담은 지자체도 함께 짊어지고 감내해야 할 문제이지 정부에 취득세 징수액 감소에 대한 보전을 요구하며 떼를 쓸 문제는 아니다.

 결국 취득세와 관련된 지방재정의 문제는 법정세율 고집이 아닌 주택시장 정상화로 풀어야 할 요인이 많다. 재산세 인상과 취득세 인하는 쉽지는 않겠지만 안정적인 지방재정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작용 많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

정부는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하고 보유세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취득세는 광역단체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주요 세원인데도 정부는 정작 당사자인 시·도의 재정 실태를 고려하지도 않고 이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각종 세제 혜택을 포함한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5월 건설시장의 주요 지표를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22.9%, 주택 착공 실적은 38.5%, 분양 실적은 21.5%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일각에서 취득세율을 인하하는 대신 보유세인 재산세를 올려 세수 결손분을 보전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 6월까지 주택취득세 감면을 일방적으로 매년 연장해 왔다. 2011년 취득세와 등록세가 통합되기 이전부터 취득·등록세를 모두 합하면 거래 가격의 4%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2006년 9월까지 2.5%, 2006년 9월 이후 2010년까지 2%의 세율을 적용했다. 2011년 이후부터 9억원 이상 다주택은 2%, 그 이하의 주택은 1%의 세율이었다. 이런 임기응변형 취득세 감면 정책을 영구적인 인하 정책으로 바꾸려면 다음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첫째, 지금의 재산세는 국민의 담세 능력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 신설과 건물통합과세 도입 ▶2006년 과표 적용 비율 강화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 등을 통해 이미 보유세를 대폭 인상했다. 만일 정부안대로 취득세를 1% 추가 인하할 경우 취득세 감소액이 2조7000억원이다. 재산세는 5조4000억원이므로 취득세 감소액을 보전하려면 재산세를 50%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인데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둘째, 지금까지 취득세율 인하 정책은 시행 전까지 거래량 감소와 인하 종료 시점까지 일시적 거래량 증가 경향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단순히 거래 시점을 조정하는 효과만 보였다. 취득세 인하가 주택거래 활성화의 핵심 요소가 아니란 의미다.

 셋째, 보유세 부담이 급등하면 누가 주택을 보유하려고 하겠는가. 더욱이 조세귀착의 원리에 따라 결국 세입자에게 보유세 상당 부분을 전가시켜 전·월세 금액이 폭등하거나 주택거래 활성화는커녕 오히려 주택시장이 붕괴할 수 있는데 누가 책임질 것인가.

 넷째, 주택 취득세율을 영구 인하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현행 주택 외 토지·상가·사무실 등의 취득세율도 모두 4%이기 때문이다.

 다섯째, 행정 내부의 문제도 간과되고 있다. 현재 취득세는 시·도, 재산세는 시·군의 가장 중요한 세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택 취득세율 영구 인하와 보유세율 인상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밀한 대안부터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도지사와 국민의 공감대 형성 후 신중하게 접근해야 정책적 실패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정부는 국가정책 달성 비용을 국세엔 손대지 않으면서 지방정부의 주요 세원에 떠넘겨선 안 된다. 지방자치 실시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지방재정을 중앙재정의 쌈짓돈처럼 여기는 부처가 있는데 잘못이다. 중앙정부가 취득세를 정책과세로 정 활용하려면 헌법에 소득세와 소비세를 중앙·지방정부 간 공동세로 하고 있는 독일처럼 차제에 국세와 지방세를 합리적으로 조정·개편해야 한다.

김성호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