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공용한자 800자 어떻게 선정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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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국과 중국·일본 세 나라의 저명인사들이 3국이 공통으로 상용하는 한자 800자를 선정, 발표했다. 8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제8회 ‘한·중·일 30인회’에서다.

 공통 상용한자 800자 선정은 3국 간 과거사·영토·정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의 공유 가치를 확산시키고 세 나라 미래 세대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오늘날 한국은 한자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약자체(略字體)를, 중국은 대폭 간략화한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는 실정이 배경에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지역 국가 간 인적·경제적 교류가 깊어지고, 협력과 공존이 절실해지면서 한자의 중요성은 종전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자 사용 인구는 영어 인구보다 많다.

 공통 상용한자 논의는 3년 전 일본 나라(奈良)에서 열린 제5회 한·중·일 30인회에서 한국 측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후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과 지바오청(紀寶成) 전 중국 런민대 총장, 마쓰모토 히로시(松本紘) 일본 교토대 총장을 중심으로 한 3국 위원회에서 본격적인 선정 작업을 시작했다.

 당초 한국에선 500자를 제시했으나 한자 사용이 절대적으로 많은 중국과 일본에선 각각 800자로 늘릴 것을 제안해왔다. 일본의 교육용 기초한자 1006자와 중국의 상용한자 2500자 중 겹치는 한자 995개를 뽑아냈고 이를 한국의 기본한자 900자와 대조해 최종적으로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도출했다. 3국은 앞으로 국가별 실무 전문가회의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논의하고 세 나라의 한자를 공유하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중·일 30인회가 3국 공용 상용한자 초안 800자를 선정해 발표한 것은 “한자 문명·문화를 향유하기 위한 새로운 진전”이라며 “이번 회의의 가장 큰 성과 중 하나가 ‘공통 상용한자 선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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