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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이젠 '생산성 향상' 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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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최근 우리 경제의 적정성장률 수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과거 7~8%수준의 잠재성장률이 최근 5%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에 우려의 목소리마저 제기되고 있다.

물론 세계에서 실질성장률이 5%를 초과하는 경제가 별로 없으며, 선진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3% 수준임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선진경제로의 진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장기적 지속가능 성장률인 잠재성장률 제고를 정책목표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무릇 모든 정책결정에 적용되는 논리이지만, 처방이 소기의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현실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 노동·자본의 量만으론 한계

전통적으로 잠재성장률 결정 요인은 생산요소 투입과 생산성 증가로 구분된다. 노동과 자본을 많이 투입하면 성장률은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노동과 자본을 계속 늘릴 수 있는 경제는 없으므로, 투입된 생산요소의 효율적 활용에 더 노력하게 되고, 생산성 향상을 주요 성장 원천으로 삼게 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산 규모를 확대해 평균비용을 낮추고, 기술혁신으로 인적.물적 자원의 질을 제고하고, 저성장 부문에 고용된 자원을 고성장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방안들이 활용된다.

특히 폴 크루그먼 교수가 "아시아 경제가 고도성장의 기적을 이룩한 것이 신비롭지 않다"며 이 국가들의 경제성장 전략을 비판한 이후 아시아 경제도 생산성 향상에 주목하게 됐다.

서구 선진국은 경제 효율성증가에 의거해 성장을 이룩한 데 반해, 동아시아 경제는 과거 사회주의 경제처럼 노동.자본과 같은 생산요소의 투입 증가에 의존해 성장했기에 곧 성장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마치 아시아 경제는 생산성 향상의 뒷받침 없이 성장한 것처럼 분석한 점 등은 약간 과장된 표현이겠으나 생산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은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의 경우에도 노동과 자본 등 생산투입 요소의 성장기여율이 1980년대에는 66%였으나 90년대에는 53%로 하락했으며, 이는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 추이를 전망해 보면, 자본과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앞으로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저축률이 과거 수준을 회복해 높은 투자와 자본축적이 경제성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80년대와 90년대의 노동투입을 비교해 볼 때 연간 고용증가율은 2.8%에서 1.5%로, 주당 근로시간은 58.2시간에서 52.7시간으로 감소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주 5일제가 확산되면 노동투입의 성장기여도는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이 매년 1%포인트씩 증가한다고 해도 총고용증가율은 0.4% 미만, 경제성장기여율은 0.2% 수준에 그칠 것이다. 따라서 생산성의 획기적 향상만이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이 될 것이다.

*** 금융 자본시장 자유화도 관건

현재 추정된 5%대 초반의 잠재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2% 정도의 생산성증가가 이뤄져야 한다.

선진7개국(G7)의 경우 총 요소생산성 연평균 증가율은 60~90년 기간 2% 미만이었으며, 단지 50~60년대 고도성장기의 일본과 서독의 경우 4% 수준을 보인 바 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정책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첫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고 금융 자본시장의 자유화를 촉진함으로써 인적.물적 생산투입 요소들을 고성장 부문으로 유도해야 한다.

둘째, 기술개발 투자를 확충해 생산요소의 질적 제고를 도모해야 한다.

셋째, 경제개방을 확대해 경쟁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경제 국제화는 외국 기업과의 경쟁을 유발해 국내 기업의 생산성 증대 노력을 강화시키는 한편 경제행위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역할도 수행한다.

경제지대(地代)를 추구하는 정치나 이익집단의 폐해를 줄이는 긍정적 효과도 수반한다. 이러한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만 2%대 이상의 생산성 증대를 이뤄 5%대 이상의 잠재성장률 달성도 가능할 것이다.

金仲秀(KDI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