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값 반칙 … 유죄 받은 애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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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애플이 미국의 출판사들과 전자책(e-북) 가격을 담합했다고 미 연방법원이 판결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데니스 코트 판사는 애플의 반독점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애플은 아이패드가 출시되던 2010년 초 피어슨과 하퍼콜린스·사이먼앤드슈스터·맥밀런·아셰트 리브르 5개 출판사와 전자책 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였다. 애플이 아이패드의 ‘아이북스토어’ 서비스를 통해 전자책 판매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점이었다.

 이들 출판사는 온라인 서적 시장의 거대 공룡인 아마존이 전자책들을 9.99달러에 판매하는 데 불만을 품고 있었다. 애플은 이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며 가격 담합을 제시했다. 이후 베스트셀러 전자책 가격은 12.99~14.99달러로 올라갔다. 애플은 판매 이익의 30%씩을 가져갔다. 재판부는 “어떤 출판사도 아마존에 맞서 개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기를 꺼릴 것”이라며 “애플은 출판사들이 담합의 유혹에 빠질 만한 환경을 이용해 전자책 부문에서 경쟁을 제거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미 법무부는 애플과 출판사들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출판사들이 법무부와 배상금에 합의함에 따라 애플만 소송 당사자로 남았다. 이번 판결에 이어 미국 33개 주의 법무장관들이 더 비싼 돈을 주고 전자책을 구입한 소비자들을 대신해 제기한 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별도의 심리가 열릴 예정이다. 애플은 가격 담합을 부인하며 즉각 항소를 선언했다. 애플 대변인은 “2010년 아이북스토어를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 다”며 “우리는 출판업계에서 아마존이 누리던 독점적 행태를 깼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은 향후 서적과 음원·영화 등을 서비스하는 사업자들이 콘텐트 공급자와 계약을 체결할 때 하나의 지침이 될 전망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평했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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