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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출판] '눈물을 마시는 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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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1~4/이영도 지음, 황금가지, 각권 1만2천원

출간 입소문만으로 일주일 새 3쇄를 찍었다는 한국형 팬터지 소설이 '눈물을 마시는 새'다. 정통 소설 장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그런 열광은 젊은층의 힘 때문이다.

팬터지 장르의 주독자층은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사이의 연령층인데, 이영도는 국내 작가로는 가장 많은 1만명의 매니어 부대를 거느린 이 장르의 간판스타다.

일반적인 수요자층과 달리 이들 매니어층은 통신 공간에서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는 열혈그룹을 지칭한다. 팬 사이트를 만들어 작품 분석을 진행하는 골수 팬이 그들이다.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눈물을 마시는 새 위키'(http;cgi.chollian.net/~hspia/wiki/tearbird/wiki.pl)등 사이트가 생겨나 활동 중이다. 등장인물과 지명, 작품 속 속담 분석까지 함께 행해지는 10대들의 해방구다.

'퓨처 워커' '폴라리스 랩소디'등에 이어 나온 이 작품은 톨킨의 '반지의 제왕'과 비교해야 성격이 드러난다. '반지의 제왕'은 2차대전 중 절대 악에 맞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환상소설. 당연히 서양 봉건시대를 바탕으로 쓰여졌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톨킨 영향권에서의 독립선언을 뜻한다. 작품무대가 그렇고, 분위기와 언어까지가 한국형이다.

우선 무대 자체가 서양 중세에서 동양세계로 바뀌었다. 특히 한국적 정서를 십분 이용한다. 씨름과 윷놀이를 좋아하는 도깨비의 등장, 한국 토박이 언어들('두억시니' '마루나래'등)도 그렇다. 신부.대주교 등이 단골로 등장하던 팬터지와 달리 사원과 스님.주지 등이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스토리는 4개 종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뱀과 비슷하면서도 변온동물인 '나가족'이다. 나머지는 새의 특성을 연상시키는 '레콘족'. 볏과 부리를 가졌으나 날지는 못하는 길이 3m의 폭력적 성향의 종족이다.

여기에 도깨비 종족과 인간 종족이 한켠에 있다. 불을 다루는데 익숙하나 천성이 착한 도깨비, 왕이라는 권력자가 없이 살고 있는 모순 속의 인간족이 이 팬터지 소설의 뼈대를 이룬다.

이때 나가 종족에서 은밀한 메시지가 날아온다. 레콘 종족의 신을 죽이려는 음모가 나가 종족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전갈이다. 여기에 맞서 나머지 세 종족이 결사대를 조직해 파견하면서 이 소설은 신비와 공포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일반 팬터지 소설보다는 무겁고 권력과 지배.피지배에 대한 성찰도 이뤄진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은 21세기 인간문명에 대한 암시로 읽힌다.

올해 나이 서른 하나인 이영도는 마산 토박이. 경남대 국문학과 출신으로 1997년 컴퓨터 통신 하이텔에 팬터지 장편소설 '드래곤라자'로 일약 스타 반열에 올랐다.

한편 이 책은 일반 서점 판매용이다. 따라서 이례적으로 양장본이다. 페이퍼백으로 된 도서대여점용은 각권 8천원으로 별도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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