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통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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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혼히들 입버릇처럼 말하는 쥐꼬리만한 월급타는 공무원이다. 그래서 내딴엔 저축좀 해서 휴가에 피서를 가든지, 비상시에 쓰든지 해야겠다고 벼르지만 월급타는 날은 까맣게 잊기가 상례다.
○…작년 휴가는 목돈을 마련치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단념해야했다. 쓰린 경험이 있기에 저축에 대한 욕망은 보다 짙어진 셈이다.
기어이 나는 소원성취, 일금천원정의 우편저금통장을 가질수 있었다. 빠둣한 출장비에서 한푼이라도 덜쓰겠다고 아둥바둥 댄 결과였다.
○…예기치도 못했던 수입(원고료라든지, 출장비잔액)이 생기면 공돈이라고, 물쓰둣 펑펑쓰던 종전 버릇은 간데없고 이젠 눈 질끈 감고 저금해버린다.
하찮은 푼돈이라고 넘보았더니, 저금통장에 기입된 불어나는 액수는 먹지않아도 배가 부른 듯 느끼게한다. 그 재미로 백원만 달랑 들고도 창피를 잊고 저금하러 가는가 보다.
(최윤·강원도영월읍영흥리 최준성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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