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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 다른 해법, 경기도의료원과 진주의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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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기찬
경제부문 선임기자

#2009년 5월 경기도와 수원·의정부·파주·이천·안성·포천의료원은 노사정 대타협을 선언했다. 노조는 적자에 허덕이는 의료원의 경영을 개선하는 데 협력하고, 경기도는 단 1명의 환자가 있더라도 의료공공성을 지킨다는 취지였다. 노조는 경영 자구 노력에 나서 80%에 달하던 인건비 비율을 60%대로 확 낮췄다. 고객친화적인 서비스 교육도 했다. 경기도는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한편 시설 노후화가 심한 안성과 이천의료원에 대해선 신축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직원들이 친절해지고, 시설이 민영병원 못지않게 변하자 저소득층뿐이던 병원에 일반인도 찾아왔다. 경영은 자연스럽게 정상화되기 시작했다.

 #2013년 5월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쇄를 공식 발표했다. 경남도는 “수십 차례 경영 개선을 요구했지만 노조가 기득권만 유지하려 해 의료원의 회생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폐업 배경을 설명했다. “세금이 강성귀족 노조원들의 초법적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다”고도 했다. 노조는 “공공의료 파괴 행위”라며 노숙투쟁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금은 국회의 국정조사를 받고 있다. 내부 문제를 정치권이 간섭하는 굴욕적 상황을 맞은 것이다.

 4년 전 경기도 의료원이나 현재 진주의료원이나 경영 상황은 비슷했다. 노조는 민주노총 내에서도 강성으로 분류되는 보건의료노조 소속이다. 원인이나 배경은 같은데 해법은 왜 이렇게 딴판일까.

 김문수·홍준표 지사의 성향 차이 때문이라는 사람도 있고, 노조의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의료원의 설립 목적이 공공성이라는 점이다. 경영정상화도 따지고 보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한 요건이다. 그러려면 의료원의 시설을 개선하고, 노조의 자구 노력도 따라야 한다. 노·사 가운데 한 바퀴만 굴러간다면 경영을 정상화시키기 어렵다는 얘기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노사가 모두 자기 입맛에 맞게 끼워 맞추기 식으로 공공성을 끌어다 논리를 만든다. 노사 간에 1년여 동안 지루한 대화가 이어졌던 경기 지역 의료원의 공감 과정이나 노조의 자구 노력, 경남도의 시설투자 의지 등이 보이지 않았다. “경영 개선하라(경남도)” “시설 투자를 하라(노조)”는 요구만 있었다. 요구 사항이 관철되지 않자 폐업과 투쟁으로 맞섰다.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것은 물론이다.

 강진·순천의료원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의료원들이 비슷한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누가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따지기보다 두 지역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적절한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비단 의료원만이 아니라 일반 사업장에서도 노사가 연구과제로 삼을 만하다.

김기찬 경제부문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