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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매장 수 안 늘리고 고급화, 프리미엄 전략 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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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장 밥티스트 드뱅 루이뷔통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이 5일 문을 연 국내 최대 루이뷔통 매장(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뒤에 최근 출시된 4바퀴 달린 여행 가방이 보인다. [사진 루이뷔통]

“매장 수를 늘리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상품과 매장을 더 고급화하는 프리미엄 전략을 본격화할 것이다.”

 장 밥티스트 드뱅(Jean-Baptiste Debains·46) 루이뷔통 아시아·태평양 지역 총괄사장은 5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홍콩에서 근무하는 드뱅 사장은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기존 매장 네 배 크기로 확장해 문을 연 루이뷔통 매장 오픈 기념식 참석차 방한했다. 국내 소비자의 명품 소비 트렌드가 바뀌는 속에서 글로벌 명품 업체로는 처음으로 전략 수정을 구체화한 것이다.

 드뱅 사장은 “지방 추가 출점 계획은 당분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신 “기존의 매장을 넓혀 고급화하고, 한 매장에서 루이뷔통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루이뷔통 무역센터점은 1층과 2층 합쳐 804㎡(약 243평)로 국내 최대 매장이다. 잡화·가방 외에 남녀 의류 등 모든 루이뷔통 제품을 망라했다. 장식에도 공을 들였다. 쇼윈도에는 움직이는 조그만 열기구 10여 개를 진열했다. 글로벌 루이뷔통 최초의 움직이는 쇼윈도 장식이다. LED로 된 외부 파사드 장식 길이는 50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

 지난해 23개였던 루이뷔통의 국내 매장 개수는 올 1월 부산 현대점을 없애며 22개로 줄었다. 드뱅 사장은 “새로 매장을 연다 해도 매우 선택적으로 열 것”이라며 “내년 잠실 롯데제2월드에 들어설 ‘애비뉴엘’ 명품관은 우리가 검토하고 있는 신설 점포 중 하나”라고 밝혔다.

 드뱅 사장은 “경기침체 때는 ‘엔트리(소비자가 명품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때 처음 사는 제품)’급과 중간급 명품이 고전한다”며 “하이엔드(고가) 제품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루이뷔통은 하이엔드 명품이며,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매장뿐 아니라 제품에 있어서도 고급화 전략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600만원대 고가 제품을 새로 출시한 것도 그래서다. 이번 매장 오픈을 기념해 내놓은 ‘카퓌신’ 가방 시리즈는 689만원과 634만원이다. 패션을 살린 여성용 시계 신제품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그는 “경기가 안 좋아도 ‘명품은 투자의 개념’이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루이뷔통은 세일을 하지 않는 점을 소비자가 잘 알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드뱅 사장은 “한국에 매장을 내거나 제품을 출시할 땐 한국 소비자만을 고려하며, 중국 관광객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한국 소비자로부터 ‘홍콩이나 중국은 매장도 대형화돼 있고 제품 종류도 많은데 한국은 왜 그렇지 않으냐’는 불만을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이는 대형몰 위주로 매장을 내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백화점 입점 형태로 명품 매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백화점과 협의해 백화점 안에 2층 규모의 대형 매장을 낼 수 있게 된 점은 한국 명품 시장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드뱅 사장이 관할하는 아·태 지역은 명품 시장 성장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곳 중 하나다. 그는 “중국은 성장 속도로 봐 루이뷔통에 중요한 시장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중국 외에 태국·인도네시아·호주의 성장세도 빠르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베이징·상하이와 다른 도시 등 지역별로 워낙 소비자 기호가 달라 명품 트렌드를 일반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루이뷔통은 매장 오픈을 기념해 영국 예술가 빌리 아킬레오스의 ‘화이트 타이거(백호)’ 작품도 공개했다. 길이 1.8m에 루이뷔통 가방·지갑 160개를 모아 만든 작품이다. 드뱅 사장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나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는 속담도 있을 정도로 백호는 한국인에게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잘 안다”며 “이 작품은 루이뷔통과 한국의 인연을 상징한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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