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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학원·택배·부동산도 골목상권 진입금지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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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제과·음식점·카센터에 이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학원·퀵서비스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명목으로 동반위가 밀어붙인 음식점 출점 제한으로 예상치 못한 피해와 부작용이 속출하는 가운데 ‘통제 영역’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어서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동반위에 따르면 학원·퀵서비스·부동산 자문 및 중개 등 이른바 ‘생활밀착형 서비스업’ 분야 역시 중기 적합업종 대상으로 적극 검토 되고 있다.

서비스 20개 업종 추가 방침

 이와 관련, 동반위는 지난달 28일 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을 대상으로 ‘서비스업 적합업종 확대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운수업(택시·퀵서비스 등 5개), 부동산·임대업(부동산 중개·서적 임대 등 2개), 교육서비스(교과학원·외국어학원 등 9개), 예술·스포츠·여가(무용·음악단체 등 4개) 등을 생활밀착형 서비스업으로 분류해 적합업종 확대가 가능하다고 제시했다. 특히 운수업에서는 퀵서비스(늘찬배달업), 교육서비스업에서는 교과학원·외국어학원을 예로 들었다.

 동반위는 앞으로 이번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한 다음 서비스업 적합업종을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앞서 동반위는 올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제과·음식업 등 이른바 ‘생계형 서비스업’의 15개 적합업종 품목을 지정한 바 있다.

 업계에선 교육서비스업 분야가 새로 중기 적합업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영세 학원업계는 2010년 동반위 출범 이래 지속적으로 학원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학원총연합회 조청래 사무총장은 “학원도 골목상권에 해당하고, 최근 몇 년간 집중된 대기업의 교육업 진출 시도로 사회적 갈등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동반위 방안이 확정될 경우 메가스터디·이투스 등 온라인 교육업체와 YBM·파고다 등 국내 유명어학원, 토피아학원·㈜올림피아드교육 등 외고 입시학원 등이 규제 대상 기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메가스터디의 경우 2000년 스타 강사였던 손주은 대표가 설립한 교육업체로, 인터넷 강의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지난해 기준 매출 2267억원, 근로자 수 662명으로 중소기업기본법 기준 중소기업 범위(근로자 수 100명 미만 또는 매출액 100억원 이하)를 초과한다.

메가스터디·YBM·파고다 등 반발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그간 우리 회사는 강남 사교육을 온라인을 통해 전국으로 전파한 공공재 역할을 해왔다”며 “교육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인데 대기업으로 간주해 규제의 틀에 넣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교육 서비스와 더불어 추가 규제 대상으로 거론되는 부동산 임대업, 주차장 운영업 등도 크게 동요하고 있다. 현재 롯데자산개발·부영개발·코오롱씨앤씨·신세계사이먼 등 주요 대기업 계열이 부동산 임대업을 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복합몰을 개발해 브랜드 운영자들에게 임대하는 쪽으로 사업 계획을 마련해놓은 상태여서 대다수 유통 대기업의 손발이 묶일 가능성이 있다. 주차장 운영업엔 GS에너지 계열인 GS파크24가 24시간 무인 주차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 이익은 뒷전 부작용”

 이 같은 동반위의 적합업종 확대 움직임에 대해 정부가 최근 발표한 서비스업 육성책과 상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교육서비스·부동산임대·여가서비스 등은 일정 부분 규모의 경제가 이뤄져야 서비스의 질이 좋아진다는 의견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비스업 적합업종 선정이 목소리가 큰 단체나 조합이 있는 쪽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며 “진입장벽 설치로 인해 사업 영역을 보장받게 되면 정작 소비자 이익은 뒷전으로 밀리는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선 중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특정 업종을 할당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중소기업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향상시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업종을 지정한 다음, 대기업의 신규 참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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