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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센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사람이 산다는 것은 비극같기도 하고, 희극같기도 하다. 『희극은 끝났다. 이제 막이나 곱게 내려다오.』 임종을 앞둔 「셰익스피어」의 한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보면 삶이란 희·비쌍곡선을 이루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은 희극과 비극의경계가 매우 모호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벚꽃마당』을 「체흡」은 희극으로 썼는데, 이 작품을 연출한 「스타니슬라프스키」는 비극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애써 가려본다면, 『느끼는 사람』에게는 삶이 비극이 되지만, 『생각하는 사람』에게는희극처럼 보인다고나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보기에 따라서 정반대되는 두개의 면으로 달라져 나가는 것은 인생만이 아니다.한사람에 대한 평가도 보는 눈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의 정책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없이 많은 국민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될 정부의 시책으로서는 공과가 반반씩이라도 안 된다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
보사부에서는 16일 월남민간인들을 위해 7억여원을 들여 월남에 한국 「메디컬·센터」를설립하여 여기에 의사·간호원등 30명을 파견키로 했다고 한다.
보기에 따라서는 전화에 시달리고 있는 이웃 나라를 돕고, 또 한국의 의료기술을 세계에자랑할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반갑고, 대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그만한 여유가 우리에게 있을 때의 이야기다.
하기야 사람들이 어려울 때일수록 같이 고생한다는 것은 인정미담거리가 되기는 하겠지만 그런 미담의 주인공이 될만한 여유나마 우리에게는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장마철을 앞두고 여러 가지 유행병이 올해라고 없을 리는 없다. 이를 위하여는 식수관리예방주사, 치료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방역문제에 관한한 어느 하나도 제대로 되어있지 못한 게 우리네 실정이다. 그리고 그 제일 큰 이유가 예산부족 때문이란 말을 지금까지 귀가따갑도록 들어왔던 국민들인 것이다.
그러나 뭣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간호원등의 절대부족이다. 그 동안 인력수출이라하여 간호원들을 서독에 파견한 것도 환자보다도 외화가 더 중한가하는 의아심을 자아내게 했었다.
월남 「메디컬·센터」는 물론 외화획득을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국내의 잠재환자보다도 전시효과를 더 중하게 여긴 게 아닌가고 여겨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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