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당장은 북한제재 안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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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문제가 결국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됐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12일 빈에서 열린 특별이사회에서 북한의 핵안전조치 이행을 다시 한번 촉구하면서 이를 안보리와 총회에 보고키로 결정했다.

IAEA는 이날 찬성 31, 반대 0, 기권 2 (러시아.쿠바), 그리고 불참 2(파나마.수단)라는 압도적 표결로 북한을 안보리에 회부했다.

이번 표결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국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러시아가 기권한 대목이다. 1993년 북한 핵문제 표결에서는 중국이 반대한 반면 러시아는 찬성표를 던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중국이 전통적인 북.중 우호관계보다 한반도 비핵화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북한 핵문제의 안보리 회부는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북한의 핵안전조치 불이행에 대해 IAEA는 그간 두 차례 이사회를 열어 대화와 원상 회복을 촉구했다.

사용 후 핵연료봉 봉인 해제 및 감시카메라 철거를 원상 회복하고 추방한 사찰단원의 재입국도 요청했다. 그러나 북한은 IAEA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안전조치 불이행의 강도를 높여왔다.

결국 자체 제재 수단이 없는 IAEA로서는 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 제재 수단을 갖고 있는 안보리에 회부한 것이다.

북핵 문제가 안보리에 넘어감으로써 이 문제는 더 이상 북한과 미국 양자간의 문제가 아닌 다자간 문제로 바뀌게 됐다. 다자간 문제가 됐다는 것은 북한이 국제적 의무이행을 거부하면 어떤 형태로든 국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다.

그렇다 해도 안보리가 당장 북한에 대한 제재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이 경제제재를 선전포고로 간주한다고 선언한 마당에 안보리로서도 처음부터 맞대결로 나가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나 중국은 물론 한.일 양국도 이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될 전망이다.

그간 논의돼 온 대로 한국과 북한 외에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과 일본 및 호주 등이 포함된 관련 당사국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대화가 성과를 거두면 북핵 문제는 다시 IAEA로 되돌아 올 수 있다. 물론 이는 북핵 문제가 타결돼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 탈퇴를 철회하고 이에 따른 제반 안전조치를 이행하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한다.
빈=유재식 특파원 jsy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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