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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깊어지는 미국·프랑스 감정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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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라크 사태로 촉발된 미국과 프랑스 간 감정싸움의 불똥이 사방으로 튀고 있다.

데니스 해스터트 미 하원의장은 12일 의회에 프랑스산 포도주와 생수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를 갑자기 제안했다.

헤스터트 의장은 "프랑스산 포도주에 색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소 분말혈액이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어 미국민들이 광우병에 노출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소 분말혈액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1998년 이후 유럽연합(EU)에서 사용이 금지된 첨가제다. 건강상의 이유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이라크 사태와 관련해 사사건건 미국에 딴죽을 걸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거부감의 발로임은 불문가지다.

미 의회 의원들도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제동을 걸고 있는 프랑스를 공공연히 성토하며 다각적인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은 미 하원의원인 톰 랜토스나 존 워너 등의 말을 인용, "프랑스의 배은망덕이 역겹다""미 의회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재정지원을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할지 모른다"는 등 미 정계의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정치권의 독설과 달리 일부 미국 시민들은 직접적인 행동으로 반불 감정을 드러내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산 치즈를 판매하는 프랑스의 '치즈온라인닷컴'사의 웹사이트는 12일 성난 미국 고객들의 이메일이 대량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다운됐다.

이 회사의 마르크 레파베르 사장은 "이라크 사태와 관련한 미국인들의 반불 감정 탓인지 지난달 미국 판매가 15%나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부 보조금을 받고 있는 미국 항공사들도 프랑스의 에어버스 항공기 구입을 주저할지 모른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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