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비리 몸통은 한수원? … 김종신 전 사장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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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신

검찰이 한수원 거래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종신(68·사진) 전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사장을 전격 체포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원전비리수사단(단장 김기동 지청장)은 4일 오후 10시30분 김종신 전 사장을 서울에서 긴급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또 이날 김 전 사장의 서울 성동구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컴퓨터 파일과 e메일, 관련 서류 등을 분석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부품 발주처)은 부품제조업체→시험기관→시험결과 승인 기관에 이은 ‘원전마피아 먹이사슬’의 최상위 기관이다.

 김 전 사장은 한수원 납품업체에 편의를 제공하고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수원 사장은 납품업체 선정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힘이 세다”며 “해당 업체가 신고리 1~4호기 등에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제어케이블을 납품한 업체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수원이 원전비리의 몸통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전비리 수사가 한수원을 겨냥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김 전 사장의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한국수력원자력의 말단 대리부터 최고위층인 사장까지 금품 로비에 연루되는 상황이다. 로비 대상도 바닥판에서 핵심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고리 3·4호기 취·배수구 바닥판을 교체하는 것처럼 속여 5억1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로 권모(42·당시 대리) 한수원 과장을 구속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김 전 사장이 시험성적서 위조 등 다른 원전 부품 납품 등의 비리에 관여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전 사장의 재임 기간에 제어케이블 등 원전 부품 시험성적서가 위조되고 불량 부품이 납품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일단 김 전 사장의 뇌물수수 혐의 입증에 주력한 뒤 다른 부분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을 상대로 한수원 송모(48·구속) 부장이 2008년 1월 29~30일 JS전선·새한티이피·한국전력기술 임직원에게 제어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를 지시하는 과정에 관여했는지도 수사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 18일 송 부장의 자택과 그와 관련된 제3자의 집 등 2곳에서 발견된 5만원권 현금 뭉치 수억원 중 일부가 김 전 사장이나 또 다른 기관으로 흘러 들어갔는지도 조사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원전비리 뒤에는 원자력 분야를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해 특정 대학 출신들이 자리를 독점하고, 한수원의 고위 퇴직자가 원전 협력업체에 재취업하는 등 공생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혐의가 확인되는 대로 김 전 사장에 대해 금명간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했다.

 김 전 사장은 국내 원자력발전소 탄생에서부터 수출까지 아우르는 40년 원전 역사의 산증인이다. 노무현 정권 때인 2007년 4월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 임명된 뒤 사상 최초로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원전사고와 한수원 내부비리 등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한편 검찰은 지난 5월 29일 원전비리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원전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과 관련해 모두 9명을 구속하고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부산=위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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