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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받는「취중약속」|「화대10만원」소송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팁」10만원만 받아보았으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는 접대부의 말을 듣고 술취한 김에 응낙, 68년12월31일까지 지급키로한 10만원짜리 약속어음을 써준것이 「약속어음 청구소송」으로 번져 법정에 서게되었다.
3일 하오 서울 민사지법217호법정에서 열린 10만원짜리 약속어음금 청구소송사건의 방청석에 이 약속어음의 첫 번째 수취인으로된 시내 S요정 김「마담」(34)과 이를 처음 받았던 접대부 J양 (24)이 나란히 앉아 재판 심리과정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 색다른 소송은 지난4월 약속어음을 받은 S요정 김「마담」이 이를 동지배인 김진화씨 (가명)에게 넘겨주어 김씨가 약속어음을 써준 S건설대표 B씨 (45)를 상대로 『68년 12월31일부터 약속어음금지급완제일까지 연6%의 비율에 의한 이자와 원금을 갚으라』고 요구함으로써 제기된것이다.
취중에 농담으로 10만원의 빚을 지게 된것은 작년 12월 2일밤, S요정 특호실에서 있었던일.
S건설대표 B씨는 S요정 김「마담」과는 4,5년전부터 단골사이로 지금까지 5백여만원어치의 술을 팔아 주었었다.
이날도 B씨는 사업관계로 동료업자 4,5명과 함께 김「마담」의 주선으로 조촐한 주연을 베풀어 밤11시쯤에는 제법 취기가 돌아 술좌석의 분위기가 가벼운 익살과 함께 흥에 겨웠다.
이때 B씨옆에 앉아 시중들던 J양이 『「팁」10만원만 받아봤으면 죽어도 원이 없겠다』 고 한숨섞인 소원을 말하자, 좌석에서는 『10만원이 어느집 개 이름이냐』,『겨우 10만원이 소원이냐』는등 갖가지 야유와 농담이 오고갔다.
취흥에 겨웠던 B씨는『현금10만원을 주는 사람은 없을지 몰라도 외상으로 10만원을 주는사람이야 없겠느냐』고 점잖게 말하자 J양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신은 외장으로 10만원쯤은 줄만한 호남자』라면서 한번 약속을 하지 않겠느냐고 아양을 떨었다.
이에 취중에 약속어음을 김「마담」앞으로 써준것이 결국 민사소송으로 번지게 된것이다.
약속어음을 써준지 반년이 지나 이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B씨는 서울민사지법 단독13과 나석호재판장의 소환장을 받고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를 몰랐다.
법정에 선후에야 6개월전에 있었던 술좌석과 이때 J양을 사이에 두고 친구들과 농담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B씨는 『접대부 J양의 농담을 받고 나도 농담으로 당신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한말밖에 없는데 이때 김「마담」이 자기 마음대로 약속어음을 만들어 소송을 낸것이라고 채무의 성립을 부인했다.
B씨는 채무가 없다는 증거로 약속어음에 자신의 무인이 찍혀있지 않다고 주장하고있으나 윈고측에서낸 증빙서류인 약속어음에는 B씨의 인장이 찍혀있다는것.
재판부는 이 색다른 민사소송을 두고 하룻밤을 지낸 화대로 10만원이 적당한 액수인지와 취중에 약속한 화대를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지의 여부를 가리는데 고심을 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이와 비숫한 예가 있어 민사소송으로 번졌으나 술좌석에서 약속한 화대의 지급은 정당한 채무관계가 아니라고 판시되어 소송을 청구한 원고측이 패소한 일이 있어 이 사건에대한 앞으로의 법적 판가름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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