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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비 오면 손 놓는 야구 고척돔은 감감무소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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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고척돔의 모습. [중앙포토]

4일 프로야구 네 경기(잠실·인천·부산·창원)가 비 때문에 모두 취소됐다. 야구장을 찾았던 팬들은 경기 시작 전 쏟아진 비를 원망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매년 장마철이면 반복되는 풍경이다.

 내년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오는 12월 완공 예정이었던 국내 최초의 돔 야구장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 예산 2000억원을 들여 서울 구로구 구로동에 짓고 있는 고척돔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정환중 서울시 체육진흥과장은 “구장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주변의 교통개선 공사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고척돔 옆으로 안양천이 흐르고, 뒤로는 국철 철로가 지나간다. 현재는 골조만 우뚝 서 있다. 돔이 완공돼도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야구계 일부에서는 “고척돔에 들어가겠다는 프로구단이 없어 공사 예산을 충분히 조달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프로야구가 열리지 않는 돔구장은 수익성이 현저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주인을 찾기 전까지 완공을 늦출 거라는 얘기다. 그러나 정 과장은 “예산 부족은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오해다. 건물은 70% 정도 지어졌고, 내부시설 공사도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주변 교통개선을 위한 방안과 예산은 아직 없다. 정 과장은 “교통시설 정비 없이 구장을 오픈하는 건 의미가 없다. 국철 1호선 구일역 출구 공사에 관해 코레일과, 안양천 주차장 부지 확보를 위해 국토관리청과 협의 중이다. 내년 하반기엔 공사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고척돔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당시 서울시가 약속했던 버스노선 증설과 주변도로 확충은 진행된 게 없다. 아울러 현재 500대 규모에 불과한 주차장을 증설해야 한다. 두 가지 사업을 위해선 최소 수백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

 잠실구장을 쓰고 있는 LG와 두산은 홈구장 이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상대적으로 좁고 낡은 목동구장을 사용하는 넥센도 “2008년 목동에 터를 잡고 씨를 뿌려왔다. 목동에서 결실(관중 증가)을 보고 싶다”며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고척돔은 아마추어 야구장이었던 동대문야구장(2007년 철거) 대신 지어지는 것이다. 돔구장은 야외 구장보다 건설·유지 비용이 서너 배 더 든다. 프로구단이 들어와 매년 수십억원의 사용료를 내야 겨우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고척돔은 완공과 동시에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정 과장은 “프로야구단이 안 오면 아마추어 구장으로 쓸 것이다. 일본 도쿄돔의 사례를 보면 고척돔을 문화공연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는 돔구장 7개가 있고 일본에도 6개가 있다. 고척돔 완공이 미뤄지면서 프로야구는 내년에도 모두 야외에서 열리게 됐다. 장맛비를 피할 수 없는 데다 11월 아시아시리즈 등 쌀쌀할 때 열리는 국제 대회를 유치할 수도 없다.

김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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