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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집에도 학교에도 못 가나요… 동생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나는 의사가 아무런 병도 없다고 하는데 왜 학교에 못 가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보고 싶고 학교가 제일 가고 싶어요.』
지난 12일 본의 아니게「메디컬·센터」에 입원, 15일 동안 환자 아닌 환자로 갇혀 있던(?)미감아 5명은 27일 하오2시 병원에서 퇴원했으나 부모 곁으로 가는 대신 낯선 집에 초대되어갔다.
이날 정희섭 보사부 장관, 홍윤근 의정국장, 김택일 보건국장 등 보사부 고위 공무원과 유준 대한나협회 회장 등 5명은 부인과 함께「메디컬·센터」로 나와 미감아 한명씩을 집으로 데려갔다.
이날 미감아들은 낯선 집에 데려가려고 하자 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은데 왜 우리들을 집에 안데려다 주느냐』고 달아나려고까지 했다.
퇴원하던 날 병원에는 미감아의 부모들 모습은 보이자 않았다.
용산구 신계동1의 171정희섭 장관 자택에서 하루를 지낸 김모양(9·대왕국1년)은 한동안 무슨 생각에서인지 아무말도 안하고 있어 정 장관의 가족들을 당황케 하기도 했다.
정 장관부인 윤 여사는 김 양을 데리고 시장에 나가 의복과 가방, 학용품을 사주었다. 정 장관집에서는 장녀 영림양(15·배화여중3년)이 2층 침대에서 김양과 기거를 같이했다. 김양은 밤새도록 『집에 있는 동생이 나를 기다리는데…』하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유준 박사집에 기거하게 된 노모양(12·대왕국6년)유준 박사의 외딸 미리양(4)의 환대 앞에 어리둥절했다.
미리양은 『새 언니가 생겨 좋다』면서 노양의 무릎에 앉아 재롱을 피웠다.
노양은『새로 온 집에 오니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꼬마 아이도 친식구처럼 반겨주지만 엄마가 보고 싶고 학교에 가고싶다』고 일기장에 또박또박 떼어서 눈물겹게 적어 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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