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부시 부양책 놓고 경제학자 대리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5면

지난달 7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발표한 6천7백40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을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쟁점은 배당소득세 철폐와 부양책 실시 기간이 장기(10년)라는 점이다.

찬반 양측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까지 내세워 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일단 수적으론 반대쪽에 서명한 경제학자들이 4백명을 넘어 찬성측(1백15명)을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양안 골자=앞으로 10년간 세금감면과 정부지출 증대 등을 통해 6천7백40억달러를 경기회복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배당세 폐지인데 그 규모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3천6백억달러에 달한다. 또 2004~2006년으로 예정돼 있는 소득세율 인하 시기를 앞당겨 올 1월 1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이럴 경우 현재 27~38.6%인 소득세율은 25~35%로 낮아진다.

◇백악관 및 찬성측 입장=이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글렌 허버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감세로 소비가 늘어나고 이것이 기업들의 실적 향상으로 이어져 앞으로 3년간 2백1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성장률도 올해 0.4%포인트, 내년엔 1.1%포인트 가량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배당세는 이중과세이기 때문에 없애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당금이란 기업들이 이미 법인세를 낸 소득 중 일부를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인데, 여기에 또 세금을 물리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배당세를 면제할 경우 그 돈의 일부가 다시 증시로 유입돼 주가 상승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벨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시카고대) 등 1백15명의 학자들이 부시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반대측 입장=야당인 민주당이 감세안 저지에 나선 데 이어, 감세안에 반대하는 학자들이 훨씬 많은 상황에서 공화당원인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마저 반대편에 서는 바람에 부시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들은 배당세 폐지는 명백히 부유층을 위한 정책이며, 재정적자 확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린스펀은 "재정적자 확대는 장기금리 상승으로 연결돼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교수들 중에는 폴 크루그먼(프린스턴대)과 2001년 노벨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컬럼비아대)가 선봉에 서 있다.

이들은 1인당 평균 세금경감액은 아무 의미가 없다며 배당세 폐지 혜택의 90% 이상은 3천5백만명의 주주 가운데 대주주나 최고경영자 등 극소수에 돌아간다고 지적한다. 비판론자들은 또 경기부양은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인데 10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추진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