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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뮌헨 ISPO 박람회를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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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지난 3일 독일 뮌헨의 국제무역전시장.

'2003년 동계 국제 스포츠용품 및 의류용품 박람회(ISPO)'(2월 1~4일)가 열린 이곳에는 전세계에서 몰려온 1만여명의 스포츠웨어 관계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 참가한 업체의 수는 43개국 1천5백17개. 단일 스포츠용품 박람회로는 최대 규모다.

4만5천평이 넘는 전시 공간에는 고어텍스 등 유명 원단업체와 나이키.아디다스.리복 등 다국적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중소 규모의 신규 업체들이 부스를 꾸미고 올 하반기에 내놓을 신제품들을 알리느라 분주했다.

'소프트 셸'은 이번 박람회를 통해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단어.

약 2년 전부터 쓰이기 시작한 '소프트 셸(soft shell)'은 말 그대로 부드럽고 얇은 겉감이라는 뜻으로 기존의 겉옷이 딱딱하고 두꺼웠던 것에 빗대 붙인 말이다.

소프트 셸의 반대는 '하드 셸(hard shell. 딱딱한 겉감)'로 두껍고 여러 겹으로 돼 있으며 움직일 때마다 버석거리는 기존의 제품을 일컫는다.

이같은 원단을 사용한 제품들은 전시관 내 각 매장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앞자리에 전시돼 전체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스위스 '쉘러'사가 얇고 활동적인 원단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이 소프트 셸 시장은 스위스의 '말덴'사가 안감과 겉감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파워쉴드'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고어텍스'라는 기능성 소재로 시장을 장악해온 고어사가 이번 쇼를 통해 '윈드스토퍼 소프트 셸'이라는 제품을 정식으로 출시함으로써 신소재 경쟁은 더욱 열기를 더할 전망이다.

'휴비스'사에서 개발한 '미라웨이브' 소재는 운모석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섬유로 항균.항취.자외선 차단 등의 기능까지 더해 건강에 대한 관심에 부응했다.

고어의 세레나 앨가이거 마케팅팀장은 "두세겹의 감을 덧대 이뤄진 기존의 제품들이 보온.방풍 기능은 뛰어난 반면 활동성이 떨어졌다면 소프트 셸 제품은 방수.방풍 기능을 줄이는 대신 땀의 흡수와 방출 기능을 강화하고 원단을 얇고 신축성 있게 제작했다"고 말했다.

폭풍우 등 거친 자연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기존의 제품들보다 산악자전거.축구.농구 등 야외에서 짧은 시간에 격렬하게 할 수 있는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여기에 적합한 소프트 셸 제품 등 기능성 의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이같은 얇고 가벼운 소재의 등장은 스포츠 의류의 디자인도 바꿔놨다.

이번 박람회에는 가볍고 경쾌한 스타일이 압도적이었다. 운동할 때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입을 수 있는 다기능 멀티웨어는 각 업체들이 내세운 신제품의 마케팅 포인트.

'싱크핑크'라는 유럽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에서는 매장 가득 'WHY JUST SPORTS?''WHY JUST CITYWEAR?'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스포츠 의류와 평상복 사이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했다.

전시장 곳곳에서 열리고 있는 각종 패션쇼에서도 복잡한 기능을 갖춘 거창한 재킷과 두꺼운 바지 대신 몸에 잘 맞는 단순한 스타일의 옷을 입은 모델이 활기찬 표정으로 무대를 누비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유명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내놓은 신제품들도 평상복과 스포츠복장의 경계를 허무는 것들이 많았다. 나이키에서는 '윈드스토퍼 소프트 셸''파워쉴드'를 이용한 옷들을 대거 제작해 이번 쇼에서 새롭게 선보였다.

아디다스 역시 겨울용 스포츠 의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얇고 가벼운 옷이 매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디다스의 마케팅팀 스테판 스텐츠는 "첨단 소재를 사용해 기존의 투습.방습.방풍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활동성이나 패션성을 대폭 높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퍼나 솔기 처리 기법도 달라졌다.

'아크테릭스''마운틴하드웨어''노스페이스' 등 앞선 의류 제작 기법으로 유명한 기업들은 방수 처리된 지퍼를 선보였으며,옷의 이음매를 재봉실로 연결하지 않고 기계로 붙여 물이 전혀 새어들지 않게 하는 최신 기법을 선보여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아시아 시장에 불고 있는 스포츠.레저에 대한 관심은 아시아 지역 업체 관계자들의 높은 참가율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는 무려 1백2개 업체, 대만에서는 1백21개 업체가 참가했으며 일본은 31개, 우리나라는 14개 업체가 부스를 만들어 운영했다.

부스를 운영하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보다 신제품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관계자들의 수가 훨씬 많았던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덕분에 박람회장 내에 마련된 아시아식 식당 '아시아 가든'등에서 중국인과 한국인들을 만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ISPO쇼에 2년째 참가하고 있다고 밝힌 효성의 차혜영 과장은 "이곳을 찾은 한국 업체 관계자의 수가 6백여명에 이른다.

쇼가 끝난 후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가 만석이라고 들었다"며 "국내에서도 스포츠.레저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첨단 소재에 민감한 스포츠 매니어들의 수가 많아지면서 국내업체 관계자들의 참가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동진레저의 김재일 부장 역시 세계 스포츠용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이같은 대규모 스포츠웨어 박람회를 통해 첨단 소재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다음 시즌의 제품을 개발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며 "이번 쇼에서는 지난 2년간 조금씩 등장해온 소프트 셸.파워쉴드 등 첨단 신소재를 이용한 제품들이 전면적으로 부각된 만큼 국내 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뮌헨=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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