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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이렇게 대처를] 혼자서 속앓이 말고 주변사람에 알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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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의 특징 중 하나는 피해자가 구타당한 사실을 쉬쉬하고 은폐한다는 것이다. 폭력을 당한 아내들은 모멸감과 자괴감,자책감 등으로 혼자서 속앓이를 한다.하지만 가정폭력을 숨기는 것은 구타가 지속·반복되게 만드는 첫걸음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가정폭력을 당해 충격을 던져주었던 개그우먼 이경실씨도 마찬가지다.10여년 전부터 심하게 구타당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덮어두다 결국 파경에 이르게 됐다.가정폭력을 당했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전문상담기관인 한국 여성의 전화 연합으로부터 대처법을 알아본다.

◇주변의 도움을 요청하라=처음 폭력을 당할 당시는 맞서지 말고 무조건 현장을 피하는 게 우선이다. 어설프게 저항하다가는 되려 심하게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을 만한 친구나 친지, 이웃에게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해야한다. 폭행을 당한 흔적은 사진 등으로 증거를 남긴다. 목격자가 있을 경우 증인 확보를 해둔다.

일단 폭력 상황이 진정되고 나면 단호하고 냉정한 마음으로 남편과 대화를 나눈다. 이때 재발 방지를 위한 각서 등을 받아둔다.

그러나 가정폭력의 속성상 아내 구타는 반복되기 일쑤다. 이에 대비해 비상꾸러미를 준비해둔다. 주민등록증.의료보험증.비상금.전화번호 수첩.여벌의 옷과 함께 일기장, 예금통장 등을 혼자만 아는 곳에 함께 넣어둔다. 상황이 발생하면 꾸러미만 들고 신속하게 현장을 피하기 위해서다.

심하게 구타를 당할 경우는 경찰(국번없이 112)에 신고한다. 본인이 신고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이에 대비해 믿을 만한 이웃집에서 대신 신고해줄 수 있도록 평소에 신호를 만들어 두는 것도 방법이다.

폭력이 끝난 뒤라면 가정폭력 상담소로 전화해 도움을 받는다. 국번없이 1366으로 전화하면 대처방안에 대해 알려준다. 긴급상황에서는 경찰을 직접 연결시켜주고 전문상담 기관과 긴급피난처(쉼터)를 알선해 주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대한 법률구조공단과 연계해 무료 법률 상담도 해준다.

한국여성의 전화,가정법률 상담소 부설 가정폭력 상담 센터 등에서 무료 상담을 해준다. 병원에 연결해 진단서 발급과 치료도 주선해 준다. 무료 진료도 일부 받을 수 있으며 쉼터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가정폭력 방지법의 보호=지난 1997년 제정된 가정폭력방지법은 가정폭력을 사생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할 공적인 문제이자 범죄로 규정하고 있다.

법은 가정 폭력 범죄를 알게 됐을 때는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친고죄' 또는 '반의사 불벌죄'로 규정돼 처벌이 불가능한 예가 많았다. 피해자는 폭력행위자가 자신 또는 배우자의 직계 존속인 경우도 고소할 수 있다.

신고받은 경찰은 즉시 출동해야 하며 진단서가 없어도 현장에서 가해자를 연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 방지법으로 남편을 고소한다고 해서 남편이 반드시 폭력 전과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전과는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경우에만 생긴다. 고소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이혼이 되는 것도 물론 아니다. 고소와 이혼은 물론 별개다. 따라서 폭력이 심할 경우 재발 방지 차원에서 고소를 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폭력이 재발할 위험을 느끼면 피해자(아내)가 경찰에 가해자(남편)의 격리 및 접근금지를 요청할 수 있다.

가정폭력방지법은 가해자에게 형사 처벌뿐 아니라 사회봉사 명령이나 보호관찰.접근행위 제한.채권 행사 제한 등의 일곱 가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경란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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