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꿈나무] 할아버지와 함께 나무 심어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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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나무 의사 큰손 할아버지

우종영 지음, 백남원 그림

사계절, 112쪽, 9500원

세밀화로 보는 광릉숲의 풀과 나무

국립수목원 글.그림

김영사, 280쪽, 3만9000원

신록의 계절, 식목일을 앞두고 나무와 숲에 관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나무 의사…'는 그중 단연 돋보인다. 큰손 할아버지는 집이라곤 드문드문 몇 채밖에 없어 강아지 덩달이가 짖을 때를 빼곤 아주 조용한 산골 마을에 혼자 산다. 척 보는 것만으로 나무가 어디가 아픈지 알아내고는 '큰손 할아버지'라는 별명이 된 커다란 손으로 척척 고쳐준다. 책은 씨앗 심기, 씨앗 받기, 나무 옮겨 심기 등 나무 가꾸는 요령과 할아버지가 실력을 발휘해 나무병을 고쳐준 사례들을 10개 에피소드로 나눠 차근차근 전달한다.

첫번째 이야기 '씨앗 심기'에서부터 미처 몰랐던 나무들의 생리를 알게 된다. 가령 씨앗을 심은 후엔 땅거죽을 짚으로 잘 덮어 습기를 일정하게 유지해줘야 한다. 씨앗이 말랐다 축축해졌다를 반복하다간 곯게 되기 때문이다. 식목일 행사 때 덜렁거리며 따라했던 나무 심기가 나무에겐 얼마나 위험한 일이었는지도 깨닫게 된다.

할아버지는 나무를 캐거나 옮길 때는 나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조심스러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과 양분을 흡수하는 실뿌리는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끊어질 만큼 연약하기 때문이다. 모종나무를 옮길 때 뿌리 끝을 흙탕물에 담가 흙막을 만들어주는 이유도 실뿌리가 햇볕에 화상을 입어 말라버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나무 옮겨 심는 요령을 그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래 산 큰 나무를 옮길 때는 적어도 3년에 걸쳐 실뿌리를 만들어주는 작업(뿌리돌림)을 해줘야 나무가 상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놀랍다.

'세밀화로 보는…'는 광릉숲 식구 100종을 소개하는 식물도감이다. 조선 세조 때 조성된 광릉숲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천연 상태의 온대 낙엽활엽수림이다. 광릉요강꽃.광릉물푸레 등 광릉숲에서 처음 발견된 식물을 포함, 900여 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책은 광릉숲을 관리하는 국립수목원의 연구자들이 직접 그리고 썼다. 소개된 식물에 대한 설명은 아이들 눈높이보다 높은 전문적인 것이지만 사진보다 섬세한 세밀화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적지 않다.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식물 그림을 눈여겨 보고 야외에서 분간할 수 있다면 큰 소득이지 싶다.

'작은 씨앗이 꾸는 꿈, 숲'(이성아 지음, 이우만 그림, 푸른나무, 96쪽, 8800원)은 씨앗 하나가 숲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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