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 궤디귀안 감독의 새영화 '마리-조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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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실한 남편과 안정적인 가정을 가진 마리-조(아리안 아스카리드)는 1년 전부터 마르코(제라르 메이랑)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되지만, 여전히 남편인 다니엘(장-삐에르 다루셍)과의 관계도 흠잡을 곳 하나없이 원만하다. 로베르 궤디귀안 감독의 새영화 '마리-조와 그녀가 사랑한 두 남자(Marie-Jo et ses deux amours)'는 결국 "한꺼번에 두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면?"이라는 왠만한 TV 드라마식의 명제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선, '마리-조...'를 감독의 이전 영화 '마리우스와 자넷(Marius et Jeannette)'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가 다른 아이 둘을 데리고 홀로 사는 자넷(아리안 아스카리드)이 마리우스(제라르 메이랑)을 만나 사랑하게 되는 내용의 '마리우스와 자넷'은 마르세이의 바다를 배경으로한, 흔히들 말하는 아름다운 중년의 사랑이었다. 하지만 '마리-조...'에서는 '마리우스와 자넷'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중년의 사랑보다는, 결국 비극으로 끝날 위기감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이 영화는 마리-조가 바닷가에서 한 쌍의 남녀가 물속에서 서로 사랑을 하는 것인지 싸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장면을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독이 영화 전체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들이 이러한 모호함 속에서 불가피하게 그려진다.

삼각 관계라면 찾아 볼 수 있는 질투심이나 집착, 상대에 대한 독점욕 등이 이 영화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무미건조한 비극은 심지어는 차분하기까지 하여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아내의 부정을 눈치챈 다니엘의 불길한 생각들이나, 깨어보니 비어있는 침대 옆자리를 쓸쓸히 쓸어내리는 마르코나, 새로운 연인에서 얻는 기쁨을 사랑하는 남편과 나누지 못하는 고통을 안고 있는 마리-조에서 인물들의 고독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 정도면 다니엘과 마르코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마리-조의 심정이 이해가 갈만도 하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마리-조, 하지만 얼마를 못참고 다시 떠나는 그녀를 바라만 봐야하는 다니엘, 말없이 다시 사라지는 마리-조의 빈자리를 끝내 메우지 못하는 마르코 사이에서 죽음이라는 결말만이 이 영화를 비극으로 끌고 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뭔가를 후회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뭔가를 잊어버리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마리-조가 사랑하는 그 자체를 시간이 흘러가는대로 보여줄 따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궤디귀안의 영화적 어법은 폐부를 찌르는 듯한 비통함을 안겨준다.

'마리-조와 그녀가 사랑한 두 남자'는 올해 칸느 영화제에 공식 경쟁작으로 출품되었다.

박정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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