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수환 추기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가톨릭」교는 추기경을 「레드·해트」(주홍빛모자)로 상징한다. 그가 입는 옷도 주홍빛이다. 「카디날」이라는 그의 호칭은 이런 색깔에서 유래한 것이다.
19일 김포공항에 금의환향한 김수환 추기경의 복장은 역시 주홍빛으로 눈이 부셨다. 그러나 백인계의 성직자들이 입은 그것처럼 강렬하고 인상 적은 아니었다. 유색계통의 의상으론 그리 썩 잘 어울리는 색깔 같지는 않다.
추기경의 복장은 그러나 그런 장식적인 의미를 갖기 위해 주홍빛을 선택한 것은 아니다. 교회는 이 빛깔을『수난과 사랑의 희생』으로 해석하고 있다. 교회의 역사가 그렇듯이 추기경은 험난한 길을 가는 성직자로 생각하는 것이다.
현대의 교회를 공산치하가 아닌 자유세계에서「네로」의 눈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오늘의 교회가 직면한 수난이란 따라서 그런 정·교적인 문제의 것이 아니다. 물질 우선의 세파에서 신의 존재와 복음과 선의의 매를 확인하는 것은 외롭고 어려운 길이다.
한국 교회가 추기경을 추대하게된 것은 그만큼 교회의 짐이 무거워진 것을 뜻한다. 김추기경은 그의「모토」를 『너와 나를 위하여』라고 선언했다. 그의 교합지침은『사회 속의 교회』를 제1조로 하고 있다. 이것은 오늘의 세속 속에 존재하는 교회의 위치를 새삼 확인하는 것이다.
「가톨릭」교회사상 한국의 천주교만큼 피로 물든 장엄한 역사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 더구나 「가톨릭」은 서구에서 발생·발전한 종교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그신앙애 대한 자신의 신념을, 열망을 죽음으로 지켰다. 이것은 바로 우리 민족의 깊은 내면에 잠재한 양심적 의지와도 통한다. 오늘의 한국천주교는 그런 민족적 긍지의 일면을 함축하고 있다.
김추기경은 세계 속의 한국 교회보다도 한국 속의 한국교회를 발전시키는데 큰 몫을 해야할것이다.
교회는 정신의 빛이며, 변함없는 안식처이며, 누구나와 대화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 반려자 인 것이다.
김추기경에 대한 사회의 환호와 찬미는 한낱 행사적 그것만은 결코 아닌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