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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천적 타자 많은 건 옥에 티 … 피할 땐 피할 줄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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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인식(左), 류현진(右)

류현진(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에서 잘 던지고 있지만 천적 타자가 많은 건 옥에 티다. 류현진이 한화에서 데뷔했던 2006년부터 그를 지켜봐온 김인식(66)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은 제자에게 까다로운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다저스와 필라델피아의 경기를 TV로 보며 몇 번이나 아쉬워했다. 그는 “안타까운 장면이 많았다. 정말 잘 던졌는데 동료들의 도움이 없었다”면서 “그래도 이건 말해야겠다. 피할 땐 피할 줄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현진은 1회와 3회 왼손 타자 체이스 어틀리(35·필라델피아)에게 연타석 홈런을 허용했다. 7이닝 동안 2점만 내줬는데, 모두 어틀리의 홈런이었다. 김 위원장은 “첫 홈런(시속 122㎞ 몸쪽 커브)은 괜찮았다. 그런데 3회(시속 143㎞ 몸쪽 직구) 또 쉽게 승부를 걸었다. 이 부분은 문제”라고 했다. 어틀리의 강점인 몸쪽 코스로 스트라이크를 연달아 던진 걸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정말 이상하다. 현진이가 한국에서는 스트라이크존보다 공 두세 개 정도 낮은 코스로 던지며 타자들을 현혹했다. 그런데 미국 가서는 공이 스트라이크존 안에서만 움직인다. 좋은 투수는 볼도 잘 던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현진은 국내에서 던질 때 ‘심리 피칭’의 대가였다. 타자의 심리를 이용해 허를 찌르는 공을 잘 던졌다. 반대로 메이저리그에선 류현진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고. 이를 잘 이용하는 타자가 여럿 나타났다.

 류현진을 상대로 필라델피아 벤 리비어(25)는 3타수 3안타(2루타 1개)를 기록했다. 또 헌터 펜스(30·샌프란시스코)는 8타수 6안타로 유독 강했고,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는 3타수 2안타(1홈런)를 쳐냈다. 6타수 3안타를 기록한 폴 골드슈미트(26·애리조나)도 류현진의 천적이다.

 김 위원장은 “한 번만 숨을 죽이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한 번 맞은 타자를 다시 만나면 피칭 타이밍과 공배합 등을 달리 하는 요령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메이저리그 신인’ 류현진이 경험을 더 쌓으면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위원장은 “다른 투수도 아니고 류현진이니까 욕심을 더 내는 거다. 현진이가 16번 등판에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를 13번이나 기록했다. 그런 신인이 어디 흔한가. 현진이는 잘하고 있다”면서 “다저스 타선이 너무 밉다. 한두 점만 더 내줘도 현진이가 편안하게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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