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 브라질 압박에 스페인 패스 축구 질식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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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브라질 선수들이 1일(한국시간) 열린 2013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3-0으로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뉴시스]
네이마르

‘미리 보는 월드컵’에서 신구 세계 최강인 스페인과 브라질의 명암이 엇갈렸다. 한동안 정상을 지켜온 스페인이 매너리즘에 빠진 반면 브라질은 내년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브라질이 1일(한국시간) 홈인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2013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결승에서 스페인을 3-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5·2009년에 이어 3회 연속 컨페더레이션스컵 정상에 섰다. FIFA랭킹 22위까지 떨어진 브라질은 1위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날 2-0을 만드는 쐐기골을 넣은 네이마르(21·바르셀로나)는 4골·1도움의 활약으로 대회 최우수 선수에 해당하는 ‘골든볼’을 수상했다.

 브라질은 스페인의 패스 축구에 맞설 무기로 강한 압박을 선택했다. 덕분에 스페인을 상대로 48%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대등하게 맞섰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브라질에 우승컵을 안긴 ‘보스’ 펠리페 스콜라리(64) 감독은 브라질의 부활을 이끌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브라질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을 잡으며 스콜라리 감독에게 확신이 생겼을 것이다. ‘단단한 수비와 번뜩이는 공격수’라는 브라질의 성공 공식에 따라 팀을 만들었고 네이마르의 잠재력을 끄집어냈다”고 분석했다. 1994 미국 월드컵, 2002 한·일 월드컵 등 브라질이 우승을 차지한 기존 대회와 비슷한 패턴을 이번 대회에서 만들었다는 게 큰 수확이다.

 반면 스페인 선수들은 A매치 29경기 무패(24승5무) 끝에 완패를 당해 충격이 컸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스페인식 축구는 점유·지배를 근간으로 이뤄진다. 브라질처럼 강한 압박으로 대등한 경기를 시도하면 무너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박 위원은 “2008 유럽축구선수권 우승 이후 계속된 성공에 팀이 느슨해졌다”고 지적했다.

 아시아 대표로 출전한 일본은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3전 전패(4득점·10실점)로 탈락했다. 실망한 일본 여론은 알베르토 자케로니(60) 감독의 경질을 요구하며 들끓었다. 그러나 이탈리아를 상대로 3-4로 패배할 때는 경기력에서 앞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박 위원은 이 점을 들어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을 이끌고 한·일 월드컵을 준비할 때와 비슷하다. 결과는 나빴지만 다양한 시도를 했기 때문에 월드컵에는 도움이 되는 경험”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통해 브라질의 더위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선수들은 “더위 때문에 힘들다”는 인터뷰를 쏟아냈다. 한 위원은 “휴식 기간이 하루라도 길었던 팀이 기동력에서 앞섰다. 브라질이 스페인에 비해 일정 덕을 본 측면도 있다. 내년 대회에서도 일정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브라질의 더위를 이길 수 있는 체력적 준비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김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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